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의 지난해 영업실적이 2010년대 들어 최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KAI는 지난 설 연휴 직전 거래소가 장을 마감한 후 지난해 영업실적을 공시했다.

지난해 KAI는 매출액 2조 387억 원, 영업이익 -1971억 원, 당기순이익 -2349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임원진 분식회계 의혹, 직원 개인 비리와 채용 비리 등 각종 방산비리 홍역을 치르며 납기 일이 늦춰진 데다가 기대했던 국외 수주 발표도 올해로 미뤄지면서 매출액은 2013년(1조 9832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년 이후 줄곧 매출액 10% 전후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이 흑자 행진도 지난해 끝났다. 제조업체치고는 매출액의 10% 전후로 비교적 높은 영업이익률을 자랑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KAI의 지난해 수주액(잠정치)은 1조 9100억 원으로 전년(2016년) 3조 6290억 원보다 절반가량 줄었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수주 잔고는 17조 8490억 원으로 2016년 연말 수주잔액 17조 8640억 원과 비슷해 당장 일감이 없어 공장 가동이 어렵지는 않다.

KAI는 영업실적 공시와 함께 자체 올해 실적 전망치도 내놓았다. 올해 매출액 2조 4734억 원, 수주액 2조 6775억 원으로 전망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지난 19일 일제히 기업리포트를 내고 KAI의 지난해 영업실적 분석과 함께 올해 실적을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KAI 매출액 2조 5000억 원, 영업이익 189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군수 부문 매출액은 1조 원 규모로 지난해 회계 정정으로 부진했던 KF-X(한국형 4.5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 매출액이 올해 3627억 원 발생할 것으로 봤다. 완제기(T-50 계열 완제품) 수출액은 이라크 후속 지원·태국 T-50 수출 등 4186억 원을 예상했다.

올해 수주액은 KAI 자체 예상치보다 많은 3조 6000억 원에 이르러 2016년 수주 규모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예상 수주 건으로는 아프리카 보츠와나 6080억 원, 남미 아르헨티나 6080억 원, 올해 4∼5월 우선협상사업자 선정이 예상되는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APT) 사업 3300억 원(올해 수주 규모로 전체 사업 규모는 38조 원이며 KAI 수주 기준 13조 원 규모) 등을 들었다.

신한금융투자는 KF-X와 2022년 실전배치 예정인 한국형 소형무장헬기(LAH) 사업 진행으로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기대되고, APT 사업 수주 시 1조 2000억∼4조 7000억 원에 이르는 기업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항공우주 분야 글로벌 기업 평균 PER(실제 주식이 주당순이익의 몇 배로 거래되는지를 나타낸 지표)이 21.6배인데 36.6배로 고평가된 점, APT 사업 수주 불확실성, 바뀐 금감원 회계 감리 도입(매출인식기준 변경)으로 실적 불확실성 존재 등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의견은 '중립'을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은 KAI의 올해 자체 매출액 전망치를 두고 "과거와 달리 대부분 현재 보유한 수주 잔고에서 매출이 발생해 달성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PT 사업을 제외하면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졌고, 완제기 수출 수주 지연이 지속한 점을 들어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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