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후스트레스 장애는 당사자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큰 규모의 재난을 겪은 지역은 지역민 전체가 후유증을 앓기도 한다. 특히 작은 지역일수록 재난 피해자와 연고가 얽힌 사람들이 많아 재난이 지역 전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참사가 일어난 지 열흘을 넘기면서 밀양은 겉으로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속은 아프다. 그러나 아픔을 보듬는 손길이 이어지고 있어 슬픔에 잠긴 도시에 온기가 감돌고 있다.

흔히 자원활동은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참여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은 참사 당시부터 두드러졌다. 세종병원 화재 당시 병원 인근을 지나던 시민 20여 명은 인명 구조나 생존자 보호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사고 이후 자원봉사는 본격적으로 전개되어 자원봉사자가 14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도내 각 기관이나 단체도 포함되어 있지만 개인이나 가족, 삼삼오오 형태로 참여하는 시민들도 많다. 이들의 참여 활동도 유가족과 조문객에게 음식을 지원하고, 분향소 운영을 돕거나, 성금이나 성품을 기부하는 등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경남자원봉사센터는 밥차 2대를 투입했다. 어떤 부부는 생업에 쓰는 식재료로 이틀 동안 250인분의 음식을 기부함으로써 감동을 주기도 했다.

상부상조와 긍휼은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 고유의 오랜 전통이거니와 최근에는 비극적 재난을 겪은 지역을 돕는 일에 손길이 모이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안산과 진도, 최근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 제천 등은 도시 전체가 홍역을 치른 일에 따뜻한 연대가 이루어졌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지만,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피해자는 아픔을 덜기도 하고 상처가 덧나기도 한다. 2013년 테러가 발생한 보스턴마라톤대회의 경우 사람들은 피해자나 유족을 잊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상처를 이길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애도를 접지 않았다. 추모를 너무 오래한다고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밀양을 향한 연대 정신이 숭고하게 꽃을 피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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