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 95년 5월 1일 시민의 날(군산시)을 반역사적이라며 조직된 변경위원회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10월 1일로 교체한 쾌거에 더 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그런데 명색이 3.15의거의 발상지인 이곳 마산은 개항당시 항민들이 그토록 반대해온 강제 개항일을 후손들이 시민의 날로 삼고 있으니 그 어찌 마산이 군산보다 못하다는 말인가(홍중조의 ‘고금산책’.본지 5월 4일 게재).
△이야기 둘 = ‘해리 포터’가 전세계의 독서계를 휩쓸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3500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해리 포터의 마력은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그러나 해럴드 블룸의 지적대로, 해리 포터가 이처럼 열광적인 환호를 받을 만한 문학적 수준이 높은 작품인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일상문화가 너무 저질화되어가니까 해리 포터만 해도 고맙고 다행스럽다는 것이다(이남호.‘정동칼럼’.경향신문.2000년 7월 24일 게재).
마산 시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3.15와 해리 포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치자. 짐작컨대 큰 제목에 대한 인지도 측면에서는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그들도 최소한 마산시민이니까. 그러나 세부항목에 대한 질문이 거듭된다면 모르긴 해도 해리 포터에 대해 아는 것만큼 3.15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것 같다. 시대도 변하고 세대도 많이 바뀐 탓이리라. 그리고 ‘요즘 아이들’이 도무지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탓도 있으리라. 그러나 과연 그뿐일까.
3.15 ‘이야기’는 결코 영국의 마법 ‘이야기’에 뒤지지 않는다. 아니 문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더욱 고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런데 왜 3.15 이야기는 널리 읽히지 못할까. 단지 딱딱한 역사이기 때문일까. 사건의 성격 자체가 진지하다 못해 엄숙하기까지 해서일까.
짧은 소견이긴 하지만, 지역의 역사가와 인문학자들은 이 부분에 대한 책임에서 상당 부분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자기 입장’에서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뤘는지는 몰라도 ‘대중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출판산업적인 측면에서 3.15와 관련된 제대로 된 ‘기획’도 받쳐주지 못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나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는 인문학도 얼마든지 대중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므로 지역 청소년과 지역주민들의 3.15정신이 희박해진다는 사실에 안타까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 마음 속을 파고들 수 있을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지역 지식인들에게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대중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전략적인 출판마케팅도 뒤따라야 한다. 문화와 산업이 손잡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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