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파고, 투트랙으로 날다] (4)독일의 일자리 대책
혁신 회원사 인력 2배 증가
노동-경제계-지방정부 합의
실익 검토 '적정 자동화'

"건축현장을 예로 들어봅시다. 세 사람이 있습니다. 일을 주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세 사람에게 각각 구멍을 뚫으라고 하는 겁니다. 또 하나는 준설기를 구입합니다. 준설기 운전, 준설기 정비, 준설기 투입 계획에 각각 1명씩 투입을 합니다. 같은 세 사람이 일을 하지만 준설기는 세 사람이 각각 구멍을 뚫는 것보다 2배 빨리 일을 합니다. 그것이 더 높은 생산량을 이뤄내겠지요."

스마트팩토리 도입으로 발생하는 일자리 감소 문제를 언급하자 독일 실리콘 색소니 매니지먼트 디렉터 프랭크 보센버그 씨가 든 예다. 그는 이것이 스마트팩토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개념이라고 했다.

◇"일자리는 변화할 뿐" = 독일에서 만난 전문가 대부분은 일자리 감소는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자리가 변화할 것이라는 데는 공감했다.

인피니온 예는 이들 의견을 뒷받침한다. 인피니온 전체 일자리는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기 전후 변함이 없다. 오히려 같은 인력으로 운영하는 사업 규모는 더 커지고 다양해졌다. 그러나 직무 구성비율의 변화가 있었다. 50%에 달했던 기계조작 인력은 15%로 줄었고, 기계제어 인력은 20%에서 65%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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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버'와 같이 생각지도 못한 직업이 생겨난 것처럼, 독일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일자리를 창출해 줄어든 일자리를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 2017년 실리콘 색소니 회원사 전체 일자리 수는 10년 전과 비교해 2배가량 증가한 약 6만 개다.

스마트팩토리로 발생하는 실업도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기업 스스로 적정한 수준에서 자동화를 멈출 것이라는 관측이다.

드레스덴 공대 교수는 "경영 차원에서 보면 이 질문은 내가 얼마를 갖고 있고, 얼마를 투자해 얼마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자동화는 낮은 불량률을 보장하지만 더 많은 시험단계를 설치해야 한다. 기계가 사람을 돕는 수준에서 접점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모든 공장이 100% 자동화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먼 미래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독일의 고민 노동 4.0 = 새로운 일자리나 바뀐 업무에 적응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독일은 이런 일자리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시대 급변한 기술과 산업환경이 노동과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는 2015년부터 지방정부, 시민단체, 노동계, 경제계와 함께 미래 일자리 과제를 주제로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물이 아르바이트(노동) 4.0이라는 유기적인 프로세스다.

사무엘 그레프 독일 카셀대 박사는 지난 4월 서울에서 열린 한·독 콘퍼런스에서 "클릭워킹, 클라우드워킹, 프리랜서, 기타 자영업자 등 전통적 사회 보장시스템 수혜 범위를 벗어나는 경제활동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협의주의를 기반으로 다양한 전문가를 참여시켜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논의를 해야 한다"며 "독일 정책 대응은 사회적 동반자 관계 아래 협상과정과 기업 차원 협상과정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했다.

◇평생교육 중요성 높아져 = 실리콘 색소니 매니지먼트는 회원사 중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해 일자리가 줄어든 회사는 없다고 밝혔다. 기업 내 업무가 사라지는 경우 회사나 국가가 재교육이나 고급기술 습득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중요한 점은 재교육은 국가 강제사항도,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한 것도 아닌 기업 스스로 실익을 따져 선택한 결과다.

프랭크 보센버그 씨는 "직원을 자르고 필요한 업무를 가진 새 직원을 뽑을지 기존 직원을 재교육할지는 기업이 선택할 문제"라며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독일사회에서 기업은 이미 고용된 이들을 재교육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 색소니 매니지먼트 디렉터 프랭크 보센버그 씨. /김해수 기자

이어 "중요한 것은 모두가 현재 일자리가 10년 후에도 그대로일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학업이 끝남과 동시에 배움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축약해서 보여준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즉, 언제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받아들여야 한다.

디르크 라이헬트 교수 역시 "대학은 본래 과제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평생 학습'이란 개념을 추가해야 한다"며 "스마트팩토리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나아가 이미 졸업한 학생에게도 평생 교육을 제공하며 그들과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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