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에 즈음한 법학자의 문제 제기

우리나라 형사소송법 법문장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장문에다 한 조문에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이 복잡한 법문장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외국어(영어와 독일어)로 바꾸기도 힘든 문제점을 갖고 있다. 짧고 명확한 문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주어, 동사, 목적어, 부가어가 더 명확해야 한다. 가능한 한 긍정문과 능동태로 법문장이 작성되어야 한다. 이중 부정문도 개선되어야 한다. 법문장은 규범준수에 효과도 있다. 개조식 문장은 그림처럼 시각효과가 있고 간결하여 인지효과가 높다. 국민이 술술 읽을 수 있는 법문장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실무가들에게도 어려운 조문이 형사소송법 제312조다. 증거법 핵심이다. 모든 형사사건은 증거가 있어야 처벌된다. 증거는 사실인정 자료이다. 물적 증거·인적 증거가 있다. 인적 증거 핵심은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피의자신문조서·피의자진술서·참고인진술조서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 조서의 중요성을 잘 모른다. 수사과정에서 하는 '한 마디'가 조서로 작성되어, 재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침에도 말이다. 조서 증거능력(법률자격) 요건을 담은 조문이 바로 제312조이다. 그러나 이 조문은 난해한 '괴물문장'이다. 정상적으로 공부를 한 사람도 이해하기 어렵다. 너무 길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실무가와 학생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조문이다. 이 조문은 빠른 시일에 개정되어야 한다. 실제로 바꾸어 보았다. 문맥상 거슬린다면 과감히 잘라내는 것이 낫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①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에 의하여 인정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②제1항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그 조서의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영상녹화물이나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③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

우선 ③항까지만 보자. 길게 늘어지는 문장으로, 명확성·간결성·가독성 모두 최악이다. '법원은'이라는 주체도 명시되지 않았다.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형사소송법 제312조(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사법경찰관작성 피의자신문조서·검찰작성 진술조서·사법경찰관작성 진술조서·검찰수사과정에서 쓴 피의자진술서·경찰수사과정에서 쓴 피의자진술서·검찰수사과정에서 쓴 참고인진술서·경찰수사과정에서 쓴 참고인진술서·검사작성 검증조서·사법경찰관작성 검증조서) ①법원은 다음 각 호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피고인이 되기 전 피의자 진술 내용을 적은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1.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작성된 경우 2.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검찰수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공판준비·공판기일에서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경우 3.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적힌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증명된 경우 ②법원은 제1항 요건이 모두 충족됨에도 피고인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 성립진정을 부인하는 경우 다음 각 호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1.검찰수사과정에서 진술한 내용이 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와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영상녹화물·그 밖에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명된 경우 2.검사작성 피의자신문조서에 적힌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증명된 경우 ③법원은 다음 각 호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1.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작성된 경우 2.피고인·변호인이 공판준비·공판기일에서 사법경찰관에게 진술한 내용을 인정하는 진술을 한 경우."

바꾼 기준은 제목의 변경, 일본식 조사 '의' 삭제, 문장의 명확성·간결성·가독성 추구 등이다.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을 '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등 제3항을 명확히 했다. '또는'은 가운뎃점으로 표시했고, 불명확하게 쓰인 부사 '특히'를 '특별히'로 의미를 명확하게 통일해 바꾸었다. 다음은 남은 ④~⑥항 현 법문장이다.

"④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이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⑤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이 아닌 자가 수사과정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관하여 준용한다. ⑥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검증의 결과를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작성자의 진술에 따라 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부사 '또는'의 남발이 눈에 띄고, 주체가 명시되지 않은 불투명함 등이 계속된다. 이 항목 문장 역시 이렇게 바꾸었다.

"④법원은 다음 각 호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검사·사법경찰관이 작성한 피고인이 아닌 제3자(참고인) 진술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1.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작성된 경우 2.원진술자가 공판준비·공판기일에서 검사·사법경찰관 앞에서 진술한 내용과 동일하게 기재되어 있음을 다시 진술하거나 또는 영상녹화물·그 밖에 객관적인 방법으로 증명된 경우 3.피고인·변호인이 공판준비·공판기일에서 진술조서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원진술자에게 반대신문을 할 수 있었던 경우 4.참고인 진술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 증명된 경우 ⑤법원은 피고인이 되기 전 피의자가 수사과정에서 쓴 피의자진술서ㆍ참고인이 수사과정에서 쓴 진술서 경우 다음 각 호를 준용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1.피의자가 검찰수사과정에서 쓴 진술서는 제1항·제2항을 준용한다. 2.피의자가 경찰수사과정에서 쓴 진술서는 제3항을 준용한다. 3.참고인이 검찰수사과정에서 쓴 진술서는 제4항을 준용한다. 4.참고인이 경찰수사과정에서 쓴 진술서는 제4항을 준용한다. ⑥법원은 다음 각 호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검사·사법경찰관이 작성한 검증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1.적법한 절차와 방식으로 작성된 경우 2.검증조서를 작성한 사람이 공판준비·공판기일에서 진술로 성립진정을 증명한 경우."

제4항을 개조식으로 명확히 했고, 굳이 위에서 찾을 필요 없이 제4항의 독자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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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법률문장은 문체·문법·조사·소유격·접속사에서 생동감을 잃었다. 이제 '오려 붙이기식 입법'은 그만해야 한다. 식민지 입법의 잔재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법문장이 길어서 가독ㆍ이해ㆍ해석ㆍ인용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실무가와 학생들은 잘 알 것이다. 형사소송법의 복잡한 법문장을 개조식 문장으로 바꾸면, 실무가와 일반인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과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입법자와 학자들은 우리 모국어를 진지하게 연구하고,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20대 국회에서 입법 문체혁명이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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