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 초점·정치인 홍보 치우쳐
'시민·관광객이 주인'인식 바꿔야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왔다.

경남에는 정부 지정 축제와 시·군 대표축제를 비롯해 한 해 수십 개의 축제마당이 도내 곳곳에서 펼쳐져 방문객을 맞는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70여 개의 축제를 통·폐합해 44개로 줄였다고 하나, 각종 공연 예술행사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다.

축제는 본시 제천 의식이나 엄숙한 종교적 제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축제는 상업적인 수단으로 전락한 측면이 강하다. 아이돌 가수가 오지 않으면 좋은 축제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오락과 쾌락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사실상 단체장의 치적 홍보와 정치인의 얼굴 알리기에 치우쳐 있는 상황으로 봐도 무방한데 우리는 이것을 축제라고 한다.

축제의 목적은, 지역 문화예술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지역민의 문화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데 있다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지역축제가 성공하려면 문화 이벤트에 대한 투자와 관광객 유치를 통해 축제 비용보다 더 큰 실물경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 특화산업에 대한 이미지를 강화하여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매년 수십억 원의 축제 경비를 집행하면서도 각 축제마다 뚜렷한 색깔이나 특색이 없이 혈세만 낭비한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과문(寡聞)한 탓인지 모르지만, 한 매체에서 보도한 도내 대표적인 축제별 비용과 수익을 살펴보면 △진주남강유등축제 26억 4700만 원(수익 4억 원) △산청한방약초축제 10억 9400만 원(수익 1억 9000만 원) △통영한산대첩축제 13억 1000만 원(수익 1억 9500만 원) △마산가고파국화축제 9억 6600만 원(수익 1억 9500만 원) △진해군항제 9억 4000만 원(수익 1억 9500만 원) △김해가야문화축제 8억 2000만 원(수익 2000만 원) △거창한마당대축제 6억 1400만 원(수익 0원 )이라고 한다.

주민의 불만은 이것뿐만 아니다. 축제를 치르는 행태도 거슬린다며 이맛살을 찌푸린다. 정작 주민을 격려하고 관광객을 맞이해야 할 단체장과 정치인이 버젓이 가슴에 코르사주를 달고는 상석을 차지하고, 연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행태는 주민과 고객을 무시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시민과 관광객을 축제의 주인으로 섬기지 않는 한,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긴 어렵다.

청양군은 내빈 소개와 인사 말씀, 코르사주 패용 등 권위적이고 불필요한 의전행사를 과감히 폐지하거나 간소화하는 준칙을 제정·발표했다. 지역 주민도 듣고 싶지 않은 정치인의 자화자찬을 외래 관광객이 듣고 싶을 리가 있겠는가. 좌석도 행사의 성격에 따라 어르신, 장애인, 다문화 가정을 앞좌석에 배려하고 있다. 제천시도 권위적인 의전에서 시민 중심의 실용적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역 주민과 많은 관광객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는 비결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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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반딧불 축제와 남대천에서 열리는 낙화놀이는 주민이 주관하여 만들고, 시연한다고 한다. 심지어 주민이 직접 제작하고 공연하는 프로그램만 50여 개나 된단다. 주민의 흥겨운 잔치이고, 이들과 함께 즐기려는 관람객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결국 2016년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을 받았다.

우리도 역사성과 전통성을 고려한 내실 있고 격조 있는 축제가 되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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