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당직자들은 정당의 꽃이라 불린다. 정치인들이 앞장서지만 실제로 정당을 움직이는 힘은 당료들에게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다. 오랫동안 일을 한 당직자들만큼 당내 속사정에 훤하고 지지 기반을 꿰뚫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은 기본적으로 정당과 운명을 같이하는 사람들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영욕이 엇갈리지만 승자의 위치만 점하면 당직자들에게도 권좌가 돌아가니 야망을 품기에 좋은 직업이다.

그러나 현실은 직업이라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로 그늘진 구석이 훨씬 많다. 정당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대부분 정당조직은 패권주의와 파벌주의 적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직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니 정당인이란 자리는 직업으로서의 안정성은 말할 것도 없고, 번듯한 영예나 보상도 따르지 않고 있다.

중앙당은 그래도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지역당은 수익구조가 취약해서 직장이라 할 만한 최소한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곳이 태반이다. 근로계약 관계를 제대로 맺지 않고 일을 하거나, 설령 계약을 했더라도 당의 얼굴에 따라 파리 목숨 신세로 전락한다. 직무, 임금, 노동시간, 복리후생 어느 것도 제대로 짜여 있지 않거나 지켜지지 않는다. 도당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계약직이요, 임금이나 활동비 수준이 열악하여 용돈 벌이에 의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집권당이 되면 반짝할 수 있지만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크니 불확실한 일자리다.

대의제 아래에서 지역당은 지역민들의 정책요구를 수렴하고 대리하는 통로이고, 그 주된 역할을 지역당의 기간 조직과 당직자들이 맡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기간 조직이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당직자들이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면 지역에서 대의제는 작동할 수 없다. 국민이 광장으로 나선 배경에는 정당민주주의 한계가 크게 작용했다. 정당정치의 민주화를 위하여 정당조직 현대화가 시급하고, 아래로부터 민주주의를 위해 지역당부터 조직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