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기업 미래 먹을거리 뭘 준비하나] (3)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업다각화 덕 최근 매출 급증
2020년 10조·2030년 20조 목표
연말께 MRO 사업자 선정 '기대'
발사체 등 우주산업 확대 착착
중형 민항기 자체 개발도 과제

삼성항공 등 국내 대기업 항공 관련 기업들이 헤쳐모여 1999년 설립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대표이사 하성용). KAI는 지난해 드디어 매출 3조 원(3조 1006억 원, 영업이익 3149억 원)대로 진입하며 경남의 대표적인 대기업으로 그 위상을 새롭게 했다. KAI 성장세는 매섭다. 2000∼2012년 13년간 매출은 7000억 원에서 1조 5000억 원으로 성장 속도가 다소 더뎠지만 최근 4년 새 매출이 두 배 이상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물론 이런 성장세조차 KAI가 그릴 미래와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이 회사는 2020년 매출 10조 원, 2030년 매출 20조 원(전체 인력 1만 5000명)을 달성해 세계 6위 항공우주 체계 종합업체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웠다. KAI가 지금 어떤 준비를 하는지 유심히 들여다보니, 이 목표는 결코 허황된 꿈으로 볼 수 없었다.

◇기초 훈련기부터 고등훈련기까지 제품군 완비 = KAI는 훈련기 제품군을 완벽히 갖췄다. 공군사관 생도가 타는 기초 훈련기인 KC-100, 공군 장교 임관 뒤 타는 기본 훈련기인 KT-1, 초음속 고등훈련기인 T-50이 그것이다. 여기에 T-50을 개량한 경공격기인 FA-50까지 갖췄다. KC-100은 민간 경비행기로 국제인증(미국 연방항공청 등)을 받아 레저용으로도 쓴다. 기본 훈련기인 KT-1은 인도네시아·터키·페루·세네갈 등에 지금껏 81대가 수출돼 소리 소문 없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항공MRO 사업자로 지정되면 MRO 전용 공간으로 활용할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천 2공장 내부 모습. 30일 현재 한국 해군으로부터 P-3CK(해상초계기) 창정비 수주를 해서 작업하고 있다. /이시우 기자

T-50은 한국을 세계 12번째 초음속 항공기 개발 국가로, 세계 6번째 초음속 항공기 수출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지금껏 T-50 계열 제품(FA-50 포함)은 이라크(24대)·필리핀(12대)·타이(4대)·인도네시아(16대) 등 4개국에 수출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연말 발표 예정인 미국 공군 훈련기 사업(APT) 수주에 록히드마틴사와 함께 참여하고 있다. 노후 T0-38 훈련기 교체와 5세대 전투기 훈련시스템 도입이 목적인 APT 사업은 KAI의 가까운 미래 핵심 새 먹을거리다. 1차 사업 규모만 17조 원에 이른다. 현재 보잉-샤브 컨소시엄과 사실상 2파전을 벌이고 있다.

전투기 분야는 잘 알려진 대로 다목적 한국형 전투기 개발(KF-X) 사업으로도 확대됐다. KAI는 2015년 12월 방위사업청과 체계개발 계약을 맺고 지난해 체계기능검토회의를 하는 등 개발을 본격화했다. 2026년까지 약 8조 원을 들여 공군의 노후화한 F-4·F-5를 대체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시제품 개발 완료, 2026년 공군 납품을 목표로 한다. KAI는 내수·수출 포함 1000대 생산 목표 달성 시 산업 파급 효과가 18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회전날개(회전익) 분야(헬기) 대표작은 수리온(KUH·Korean Utility Helicopter)이다. 육군 수송용 헬기·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등 군수뿐만 아니라 관용헬기, 의무후송전용·소방 헬기 등 다양한 민수 분야로 쓰임새를 넓히는 중이다. 헬기 분야 새 먹을거리는 에어버스 헬리콥터사와 함께 2015년 6월 개발을 시작한 한국형 소형 무장헬기(LAH·Light Armed Helicopter)와 소형 민수헬기(LCH·Light Commercial Helicopter) 사업이다. LCH는 2020년 민수 인증 획득, LAH는 2022년 개발 완료 예정이다.

군사용 무인기도 생산한다. 2001년부터 양산해온 정찰감시용 무인항공기 '송골매'에 이어 2012년부터 '차기 군단급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본체 주관개발사로 참여해 2015년 발사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 /KAI

◇방위산업체에서 항공우주종합업체로 = 2017년 3월 말 현재 KAI 전체 임직원은 4100명이며 이 중 40%가 연구개발 인력일 정도로 R&D 분야 투자가 활발하다. 이런 인력 변화는 KAI의 사업 다각화와도 궤를 함께한다. 2000년(매출 7000억 원) 군수가 전체 매출의 86%에 이르렀지만 지난해 전체 매출(3조 1006억 원) 중 군수 42%, 민수(수출)가 37%로 균형을 맞췄다. 특히 완제기 수출도 21%에 이르러 수출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보잉·에어버스·Vought 등 민항기 분야 기체 구조물 제작납품 매출액은 1조 1190억 원에 이르렀다. Wing bottom·top panel, NLGm door, Trailing Edge 등 민항기의 웬만한 부분은 다 수주해서 제작해왔다. 수주 뒤 구조물과 생산 설계는 KAI가 하고 제품 생산의 90%는 협력사에 맡겨 생산 효율성 향상과 대-중소기업 상생을 꾀하고 있다.

민항기 분야에서 남은 과제는 대형 동체와 완성품(완제기) 생산이다. 특히 민항기 완제품 생산은 KAI가 도전해야 할 핵심 과제다. KAI 관계자는 "보잉·에어버스 등 민항기 완제기 생산업체의 후속 기종 개발 때 국제공동개발(RSP)에 참여해 지금껏 못해 본 대형 동체 생산을 경험할 계획"이라며 "더불어 정부와 산업계·학계, 국외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중형 민항기 국내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최근 C919라는 150석 급 대형 민항기 개발에 성공했고, 일본도 MRJ라는 70∼90석 급 중형 민항기 양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중형 민항기 국내 개발 사업은 투자 규모가 3조∼5조 원에 이를 전망이어서 광범위한 논의가 필요하다.

◇신사업과 우주로 눈 돌리다 = KAI는 항공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유지·보수·분해 수리)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1월 현장 실사를 거쳐 8월 중순 사업타당성 평가를 하고서 올 하반기 사업자를 최종 선정한다. 선정되면 국내 저가항공사와 국외 항공사를 중심으로 민수 8000억 원, 군수 7000억 원 등 연간 1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새 성장 동력을 탑재할 수 있다. MRO와 더불어 항공산업 특징상 최초 제작비 이상이 드는 '성능 개량'과 '후속 지원'까지 사업을 확대하면 민수·군수 분야 체계 종합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 이 사업을 위해 KAI는 사천 2공장을 만들어놓았다.

KF-X, LAH·LCH, 항공MRO, 미국 APT 사업, 민수용 대형 항공기 동체 생산 등이 가까운 미래를 열 새 먹을거리라면 KAI는 더 먼 미래를 위해 중형 민항기 개발과 함께 우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바로 한국형 발사체(KSLV-2) 사업과 인공위성 개발이 그것이다. KAI는 2015년 발사한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 본체 주관개발사로 참여했고 현재 아리랑 6호, 3t급 정지궤도복합위성 핵심 부품 개발, 500㎏급 실용위성인 차세대 중형 위성사업 주관기업을 맡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개발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한 '한국형 미사일 방어시스템(KAMD)'과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 전력이 정지궤도 정찰위성인 만큼 관련 사업 확대도 기대된다. 더불어 나로호 2호를 쏘아 올릴 한국형 발사체(KSLV-2) 체계 총조립과 1단 추진체 탱크 개발업체로 선정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공동 개발 중이다.

이렇듯 중형 민항기 자체 개발·생산, 인공위성·발사체 자체 개발 등 우주산업 확대는 세계 6위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하려는 KAI의 꿈을 현실로 만들 핵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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