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만 되면 우울해진다.

달라고 하지 않았고, 받지도 않은 선물보따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온 나라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란 이름을 들먹이며 선생님을 협박하니 여간 속상한 것이 아니다. 잠재적 범죄인 취급을 하는 나라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이 서글퍼진다. 아이들에게 욕먹고, 학부모로부터 성폭행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세상에서 선량한 선생님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앞이 캄캄할 뿐이다.

노동절,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자는 친구의 전화에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스승의 날에는 행여나 음료수 한 병을 들고 오는 졸업생이 있을까 싶어 하루 종일 숨죽이며 지낸다. "그대를 위하여 부는 나팔 없고, 황금마차 없으며, 금빛 찬란한 훈장이 가슴을 장식하지 않아도 슬퍼하지 않을" 무명교사들을 욕되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에서 희생된 기간제 교사에게 순직을 인정한다는 기사만이 반갑다. 먹구름 사이를 비집고 쏟아지는 빛 내림처럼 쓰린 속을 달래주는 스승의 날의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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