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휴일이었던 지난 1일 오후 2시 50분,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크레인 충돌사고로 지브크레인(jib carne) 붐이 무너지면서 휴식 중이던 노동자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목숨을 잃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런데 이들 31명은 정규직이 아니라 모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였다.

사고가 나자 언론과 정치권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노동절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일해야 했던 하청노동자들만 사고를 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맞다. 토요일이든 일요일이든 공휴일이든 마음대로 쉬지 못하고 회사가 나오라면 무조건 나가서 일해야 하는 것이 하청노동자의 현실이다. 주차수당, 휴일노동수당 등 노동법도 적용받지 못해 공휴일에 쉬면 오히려 하루치 일당이 깎이는 것이 하청노동자의 현실이다.

그런데 만약 사고가 노동절이 아니라 평일에 발생했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아니다.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조선소 생산직, 특히 사고가 난 해양플랜트 생산직은 90% 이상이 하청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열에 아홉'이 하청노동자이므로 사고가 나도 '열에 아홉'은 하청노동자가 죽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정규직을 없애고 하청노동자를 몇 배나 더 늘려온 것이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이번에 목숨을 잃은 6명의 노동자는 같은 회사 소속이 아니다. 6명의 노동자는 5개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되어 있다. 부상자를 포함한 31명의 노동자의 경우에도 8개 하청업체에 각각 소속되어 있다. 이것이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현실이다. 생산관리와 안전관리가 총체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현장에 각기 다른 수십 개 업체 노동자들이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것도 작업 기한에 쫓겨 가면서, 그래서 안전은 쳐다볼 겨를도 없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31명의 노동자 중 같은 하청업체로 분류된 노동자들도 실제로는 각각 소속이 다르다. 조선소 고용구조가 하청에 재하청 다단계 착취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출입증에는 같은 하청업체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실제 소속된 물량팀은 서로 다를 수 있다. 더구나 물량팀도 아니고 인력업체가 알바천국 같은 곳에 낸 구인광고를 보고 전국에서 모여든 젊은이들의 불법 파견고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어느 인력업체 소속인지도 모르고, 자신의 법률적 사용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신이 속한 인력업체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다.

사고 다음날,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은 장례식장을 찾아와 무릎을 꿇고 유족에게 사과했다. 사장이 유족 앞에 무릎을 꿇은 것처럼, 삼성중공업은 이번 사고에 대해 온전히 책임을 지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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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노동자는 삼성중공업 소속이 아니므로 삼성중공업은 얼마든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물량팀 노동자나 인력업체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이 아니므로 하청업체 대표 역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헐값에 마음대로 부려먹고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손쉽게 회피하려고 하청에 재하청 다단계 하청구조를 만들지 않았던가.

하청노동자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삼성중공업이다. 그러므로 유족에 대한 보상도, 부상자 치료와 치유도,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도 삼성중공업이 져야 한다. 고용부와 검찰은 삼성중공업 박대영 사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 하루 평균 7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는 죽음의 행렬을 멈추려면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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