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최초로 의병을 일으킨 곽재우 장군과 수많은 의병을 기리는 '의병제전'이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의령에서 펼쳐진다. 따사로움과 새생명이 가득한 이 계절에 작지만 역동적인 기상을 품고 있는 호국의병의 수도 의령에서 '의병제전'과 함께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먹거리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지난 1972년 의령군민의 성금으로 의병탑을 세우고 1978년 충익사를 건립해 곽재우 장군과 17장령, 그리고 이름 없는 의병들의 구국창의 정신을 '의병제전'으로 승화해 현재에 이르며, 민속소싸움대회, 수박축제, 의령큰줄땡기기 등 다양한 행사와 함께 올해 45회째에 이른다.

특히 농경문화의 상징인 민속소싸움 대회와 의령큰줄땡기기는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길 추천한다. 원형으로 만들어진 관중석 아래 모래판에는 이중섭의 '황소'에 나오는 싸움소들이 뿔을 맞대고, 뒷발로 모래를 차면서 서로에게 공격할 기회를 엿보며, 온몸의 근육과 힘을 찰나의 공격을 위해 기다리는 모습은 지극히도 느린 승부이기에 기계문명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 의령큰줄땡기기와 함께 신선함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때마침 소싸움대회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도 하고 큰줄땡기기에서 힘도 쏟아 목마르고 허기진 이들을 위해 의령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4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월등한 당도를 자랑하는 토요애 수박이다. 90% 이상이 수분으로 된 수박은 갈증 해소와 원기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령의 수박은 출하시 전 상품에 대해 비파괴 당도측정시스템을 도입, 당도 11브릭스 이상 수박만 '토요애' 브랜드로 유통하고 있어 당도와 품질면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매년 의병제전 기간 중 수박축제를 개최, 우수한 품질의 수박 판매와 더불어 시식회와 향토음식점 운영, 그리고 지역특산품 판매도 연계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수박으로 목도 축이고 특산품도 구경하였으니 이제 점심을 해결하러 가보자.

4월의 햇살은 몸을 쉬 지치게 만들어 점심은 루틴이 풍부한 소바(메밀국수)를 추천한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기도 한소바는 의령의 대표 먹거리 중 하나로 얼큰한 국물 맛이 묘미이며 속이 편안하여, 건강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다.

쫄깃쫄깃한 면발에 소고기 육수가 만나 탄생한 것으로 소고기 조림, 시금치, 숙주나물, 양배추 등 담백한 채소를 곁들여 옛날 어머니의 손맛과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다.

또 의병제전 축제장 주변과 시가지를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소고기의 진한 육즙과 각종 채소가 어우러진 가마솥 소고기 국밥을 한집 건너 만날 수 있다. 오랜 세월 서민들의 애환과 삶의 노고가 담긴 의령 소고기 국밥은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을 자랑하며, 휴일이면 국밥집은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이다. 더불어 귀갓길에는 의령인의 향기와 고집스런 전통이 살아있는 의령의 명물 망개떡도 맛보기를 권한다. 의령의 망개떡은 팥으로 만든 떡을 망개(청미래)잎으로 둘러싸 망개잎의 향기를 그대로 담고 있어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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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 망개떡의 유래는 오래전 가야왕국과 관계를 맺은 백제에 혼인 음식으로 보냈다는 설과 임진왜란 당시 의병들이 산속에서 전쟁음식으로 먹었다는 설이 있으나 특정한 사건을 통해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의령의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봄 자녀들과 함께 역사현장을 둘러보면서 우리의 현재를 있게 해준 선조들의 지혜가 묻어나는 향토음식도 먹어보며 오래전 조상들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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