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청춘 예찬]
변공규: 왜 미술 하냐고 묻는다면,나도 모르게 이걸 하고 있더라
장건율: 예술가는 1인 기업이다, 살 방법 계속 찾아나가야 해

새해를 맞아 새 길을 찾는 10, 20대 젊은 문화예술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청춘들이 예술을 기린다'는 뜻을 담아 '1020 청춘 예찬(藝讚)'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주인공으로 변공규(26·이하 변)·장건율(25·이하 장) 작가를 만났습니다. 두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고교시절부터 함께 미술을 배웠던 이들은 나란히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창원시 진해구 한 지하 작업실에서 두 작가를 만나, 청년 작가로 살아가는 모습을 들어봤습니다.

- 두 분은 언제부터 알고 지냈나?

변: 고등학교 때 창원 도계동에서 같은 미술학원에 다녔다.

장: 고등학교 때 미술학원에 가면 보통 여학생이 많은데, 우리는 남학생이 많았다. 그때 공규는 우리끼리 '미친놈'이라고 했다. '덕후(좋아하는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라고. 뭘 물어보면 다 아는 친구였다. (웃음)

창원시 진해구 한 지하 작업장에서 만난 변공규(왼쪽) 작가와 장건율 작가.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이 작업실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나?

장: 아니다. 저는 여기서 정치성, 장두영 형이랑 같이 그림을 그리다, 거리가 멀어서 다른 쪽으로 옮겼다. 제가 빠지면서 공규가 들어왔다. 여기는 지인의 배려로 거의 공짜로 쓰다시피 하고 있다.

변: 건율이는 창원에서, 저는 진주에서 미술대학에 다녔다. 작년에 졸업해서 창원 집 가까이서 작업실을 찾다가, 건율이가 얘기해줘서 이리로 왔다. 아침에 와서 밤늦게까지 작업하고 퇴근한다. (웃음)

-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말해달라.

장: 저는 원래 꽃의 이미지와 꽃이라는 글자를 화면 위에 같이 병합하는 식으로 그림을 그렸다. 처음에는 꽃이라는 기호가 실제 가진 꽃의 이미지를 포획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진해 스페이스 초아에서 '산 넘어 산' 전시를 하면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릴 때 색을 쓰고 형태를 만드는 게 좋아서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의미를 만들고,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게 강해진 걸 느꼈다. 그래서 이전 작업 내용을 접어두고, 하고 싶은 그림을 그렸다. 굳이 글자를 가져오고 이야기를 만들기보다 화면 안에서 꽃을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했다.

변공규 작가의 작품 '영경'.

변: 저는 자연물을 보면서 자연물 속에서 저 스스로 상상하고 사유하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초기에는 썩은 나무를 채집, 정제해서 표현했다. 저는 이런 사유를 하는데 관람객들은 어떻게 보는가 묻고자 했다. 그런데 표현에 대한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돌 작업을 시작했다. 돌 표면을 순지로 배접을 해서 흰 바탕에 먹으로 자연에 대한 결을 표현했다. 산수화 이미지가 생겼다. 자연물을 무심코 지나가지 않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12월 건율이와 함께 참여했던 전시에서는 1년간 혼자 작업에 몰두하면서 소통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제 작업을 관람객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 작업물과 함께 평소에 작업실에서 모아둔 장난감, 캔 등을 함께 보여줬다.

- 졸업하고 전업 작가로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지난해 졸업 후 어떤 활동을 했고, 생계는 어떻게 유지하나?

변: 지난해 말부터 미술품을 만들어서 팔고자 준비 중이다.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제 작품으로 인정받는 작품으로 만들 생각이다. 이제 생활이 될 수 있는 미술도 함께하고자 한다. 디자이너는 소비자가 원하는 걸 만들지만, 아티스트는 자기가 원하는 걸 만들어서 활로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하.) 3D 프린터로 출력해서 미술품을 만들 계획이다. 작업실 곳곳에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작품 작업은 당연히 따로 계속 하는 것이다. 독특하고 새롭고 화려한 게 아니라 쉴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에 작업하는 게 쉬는 것이기도 하다.

장: 작년에 졸업하고, 운이 좋아서 전시, 기획 등을 할 기회가 많았다. 졸업전시를 하자마자 갤러리고운에서 4인전을 했고, 2월부터 5월까지 창원아시아미술제 기획 일을 했다. 미술제가 끝나자마자 경남도립미술관에서 'N아티스트 2016-새로운 담지자' 전시에 참여했다. 석 달간 전시를 하자마자, 다시 독일에서 한 달간 작품 전시를 했다. 돌아와서 잠시 쉬다가 스페이스 초아에서 전시를 하니 1년이 끝났더라. (하하.) 선택은 제가 한 것이지만, 조금 지쳤다. 그림을 그리기 싫다가 아니라 내가 뭐 하고 있나 생각했다. 올해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 생각했다. (웃음) 저는 대학 가면서 계속 미술학원 강사를 했다. 디스플레이, 벽화, 간판 작업, 캐리커처 일도 했다. 제 인생의 경험이 미술 쪽에 국한돼 있다 보니 사소한 경험에도 제가 많이 바뀌는 걸 느꼈다. 사회생활도 저를 바꾸게 하는 것 같아서 미술을 바탕으로 많은 경험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카페 아르바이트도 하게 됐다. 서빙도 하고, 라테 아트도 배우고 있다. 그림이 제일 어려운 줄 알았는데. 세상사는 게 쉽지 않다. (하하.)

장건율 작가의 작품 '꽃'.

- 어려운 여건임에도 미술작업을 계속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변: 힘든 여건 속에서도 좋아하는 걸 할 수밖에 없다. 왜 미술을 하냐고 물으면, 저도 모르게 이걸 하고 있다. 이것이 있어서 삶이 윤택해진다.

장: 정말 이렇게 힘든데 미술작업을 하는 게 재미 없진 않다. 힘든데 재밌다. 그래서 한다. 일하면서 욕하다가도, 사진 찍고 그림 그리면 싫진 않다.

- 올해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나?

변: 올해는 경남산업직업전문학교 인테리어디자인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있다. 포토숍, 일러스트, 인디자인, 상품 마케팅까지 배운다. 배워서 아트마켓 시장조사도 하고자 한다. 예술가는 1인 기업이어서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자 한다. 작업을 하면서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고민 중이다.

장: 사진 전시도 하고 싶다. 아르바이트 말고, 살 방법을 계속 찾아나가야 한다. 우리는 진짜 1인 기업이 맞다. 저희 마인드는 연예인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을 고민한다. 4컷 만화 등도 그리고, 작품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홍보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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