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병석 작 '장날의 여인들'...최근 복원 작업 거쳐 재탄생

'셸 모자이크 페인팅'(캔버스에 조개껍데기를 붙인 회화) 기법으로 유명한 고(故) 윤병석(1935~2011) 창원대 교수의 부조(浮彫·평면상에 형상을 입체적으로 조각하는 조형기법) 작품이 복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69년 8월 '장날의 여인들'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돼 창원 성지여중과 성지여고를 오가는 운동장 쪽 벽면에 설치된 이 작품은 길이 42m, 높이 2.2m에 달하는 대작이다.

'장날의 여인들'은 시멘트, 강화 플라스틱(FRP), 석고를 이용해 1960년대 장날 풍경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등장하는 인물만 200여 명에 이른다. 장날을 맞아 나들이에 나선 한복 입은 여인, 아이를 안고 있거나 업은 여성의 모습 등을 부조에 담았다.

이 작품은 당시 성지여중·고 미술교사로 재직 중이던 윤 교수가 '한국 탁구의 어머니'로 불리던 김국배 여사의 지원으로 제작했으며 이후 이 학교를 거쳐 간 학생에겐 특별한 추억의 대상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학교 공간이 부족해 작품이 설치된 공간이 훼손되면서 작품 자체도 가려지고 차츰 잊혀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성지여중 운동장 옆 벽면에 설치된 고 윤병석 창원대 교수의 부조 '장날의 여인들' 작품이 최근 복원작업을 마치고 새롭게 태어났다. 이 작품은 윤 교수가 1969년 제작한 것으로 길이 42m, 높이 2.2m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미선(오른쪽) 성지여중 교장이 자신의 중학교 시절 추억이 오롯이 담긴 부조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학교 측이 1년 가까이 작품 복원에 공을 들여 최근 완성했다. 떨어져 나간 작품을 붙이고, 바탕 칠을 새로 했다. '마산 성요셉 성당 주변 부조 복원 및 보존 처리'라는 이름으로 시·도비 3500만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부조 작품 복원에 참여한 이규석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사는 "윤 교수의 '장날의 여인들' 작품은 서민의 일상적인 삶을 잘 담아냈다. 이런 대형 부조 작품이 학교에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벽화는 더러 있지만 부조는 찾기가 어렵다.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으로 남아 있는 이 작품은 지역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조각가 황무현 마산대 교수도 "이 정도 규모의 작품은 경남에서 알려진 게 없다. 전국을 통틀어서도 많지 않다. 작품 완성도도 높다. 부조로서는 기념비적이다. 학교에 있어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앞으로도 잘 보존돼야 한다"고 말했다.

함안 출신인 윤병석 교수는 서울대 미술대학 미술중등교원양성소 회화과를 졸업하고 성지여중·고 교사, 창원대 예술대학장, 마산미술협회 지부장 등을 지냈다.

/우귀화 기자 wookiza@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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