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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해이어보> 우리 지역 문화자원이 되길

[신우해이어보] (31) 연재를 마치며
200여년 전 진해 배경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 생활사·풍속사 연구와 음식문화 복원 활용을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webmaster@idomin.com 2016년 12월 20일 화요일

◇책 속 72종 어개류 중 30여 종 소개 = 지난해 9월 15일 <신우해이어보> 첫 기사가 나가고서 한 해 넘게 연재를 이끌어 가면서 이 책에 실린 72종의 어개류(고기와 조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0여 종을 소개했다. 10여 년 전 담정 김려의 <우해이어보> 번역본을 접하면서 우리 지역 우해를 무대로 펼쳐진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를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조금씩 열매를 맺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해, 올해 두 번 열린 관련 학술대회는 내년 가을에야 마무리될 것이다. 그런 사이 <우해이어보>에 실린 어개류의 이름을 연구한 책이 출판사에서 다듬어지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여전히 다 밝히지 못한 적잖은 일들을 숙제로 남기고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어 독자께 송구할 따름이다.

15개월이란 짧은 기간이었지만, 두 필자가 2주에 한 번씩 바통을 주고받으며 <우해이어보>에 실린 어족들을 탐사해 온 여정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좋은 기회였다. 200여 년 전에 진해현(창원시 마산합포구 삼진지역 일대) 바닷가에 유배 온 선배 인문학자 담정 김려의 귀양 생활과 고기잡이 기행을 그대로 다시 체험하는 마음으로 우해와 연안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그의 자취를 더듬었다. 고현 앞바다 바닷가 곳곳과 양섬, 솔섬에서 제철에 맞는 어족을 잡고자 던진 서툰 낚시에 문절망둑, 학공치 등이 걸려 올라올 땐 짜릿한 손맛에 전율했다. 때로 바라던 녀석을 만나지 못해 허탕을 칠 때는 진동시장이나 마산 어시장에서 사진에 담은 녀석들을 신문에 올리기도 했다. 모시조개와 명주조개를 구할 때는 멀리 창원시 진해구 용원으로, 더 멀리는 부산 강서구 명지까지 길을 나서야만 했다. 이런 여정이 필요했던 것은 그때와 지금의 바다 사정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면 광암 해변에서 본 우해 해넘이.

◇급격한 바다환경 훼손 안타까워 = 지금도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젊은 어부, 퇴역한 늙은 어부를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불과 30년도 안 되어서 바다 환경이 급격하게 망가졌다는 증언을 들을 때는 같이 분개하기도 했다. 담정의 진해현 유배시절, 우해에 바둑판처럼 설치되어 있던 그 많던 어뢰(어살)는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졌고, 그 자리는 갖가지 양식장으로 바뀌었다. 바로 이것이 문제였다. 어민들은 이때부터 바다가 크게 나빠졌다고 말한다. 자연이 스스로 그러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서 빚어진 일이다. 갈수록 양식장은 넓어지고 촘촘해져서 온 바다에 하얀 부표가 가득하다. 대개는 <우해이어보>에 나오지 않는 어족들을 키우고 있는데, 진동만의 대표적인 어물인 미더덕과 오만둥이(주름미더덕)를 비롯하여 각종 패류와 어류를 기르는 양식장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더하여 율티 주변의 내만과 당항만 곳곳에 공장이 들어서면서 더욱 빠른 속도로 환경이 나빠졌다. 이런 일이 있은 뒤로 개펄에서 조개가 급격하게 사라졌다고 한다. 그전까지 우해 일원 개펄에서는 바지락, 개조개, 백합, 가리비, 피조개, 가무락조개(모시조개), 명주조개 등이 잡혔으나, 지금은 간간이 바지락 정도를 캐낼 뿐이다.

하지만, 현장탐사에서 시락리 소포(속개) 맞은편 해안과 동진교 부근에서 지난 20세기까지 발장이라 불리던 독살 어법이 행해진 것을 확인한 것은 나름의 성과라 하겠다. <우해이어보>에 석뢰(石牢)라고 소개된 것이다.

◇담정 유배지 보존부터 절실 = 연재를 마치면서 <우해이어보>가 우리 지역 미래 자원으로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활용방안을 제시해 본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미래의 문화자원으로 이끌어 내려면 먼저 담정이 유배 살던 장소를 잘 보존할 필요가 있다. 최초의 적소(유배지)로 알려진 진전면 율티리 안밤치마을과 그 주변에 대한 보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바깥밤치에는 공장이 들어서서 원래의 모습을 잃었고, 안밤치도 담정이 유배 살던 때보다 해안 쪽이 더 매립되었다. 율티리와 이명리 사이의 간석지는 오래전에 매립되어 농지로 바뀌었고, 이에 따라 안밤치마을 앞으로 진전천의 하구가 이동하면서 빠른 속도로 바다가 메워지고 있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어법(맨손 어법, 살상 어법, 들 어법, 낚기 어법, 함정 어법)의 정리는 우리 지역의 생활사 복원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지만, 앞으로 <우해이어보>를 문화자원으로 활용할 때 중요한 체험 대상이 될 것이다. 예컨대 대게 편에 나온 게딱지를 지붕의 마감재로 사용한 '잡'과 같은 구조물은 어디에도 없는 이곳만의 풍물거리로 살려내 자원화할 필요가 있다. 또 우산잡곡으로 읊은 민초들의 삶은 당시의 풍속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일 뿐 아니라 스토리텔링 소재로 활용할 때 무한한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문절망둑(꼬시락)은 80년대까지만 해도 전어와 더불어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횟감의 하나였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녀석은 우울한 불면의 밤을 달래주는 약이 되는 식품으로의 활용 가치가 높으므로 담정이 즐겨 먹었던 어죽을 되살려 횟집 등에서 전채요리로 제공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또한 이 책에는 지금 제철을 맞은 감성돔으로 식해 만드는 법이 상세하게 실려 있다. 그 자체로 훌륭한 레시피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게 소개한 담정의 설명대로 이 음식을 재현해 내는 것은 오랜 전통에 뿌리를 둔 우리 지역의 대표 음식을 발굴해 내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 잇는 가교로 = 몇 해 전부터 창원시는 지역을 대표할 음식을 개발·보급하고자 여러모로 애쓰고 있다. 2008년에 석쇠불고기와 두부요리를 선정한 뒤로 해마다 11월이면 창원음식문화축제를 열어 음식의 개발과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곳에 출품된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양한 음식재료를 활용하여 개발한 음식 대부분은 퓨전 요리다. 이처럼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음식을 지역의 대표 음식으로 되살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이것은 단순히 오래전에 잊혀버린 음식 한두 가지를 식탁에 올려놓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 음식문화의 한 축을 되살려 당시의 생활사를 복원하는 길로 나아가는 길잡이 구실을 해 줄 것이다.

<신우해이어보> 고기잡이 기행에 동참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기 바란다. <끝>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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