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생산 부문 폐쇄 의도", 사측 "유휴인력 소화하려는 것"…노사 오늘 발령 건 논의하기로

라오스 한상기업인 코라오홀딩스로 인수됐던 KR모터스(옛 S&T모터스)가 휴업을 앞두고 직원 10명을 라오스로 발령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조합은 '기술먹튀'가 의심된다며 발령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창원시 성산구 완암로에 있는 KR모터스는 이륜차 생산업체로 2014년 3월 S&T그룹에서 코라오홀딩스로 넘어갔다. 코라오홀딩스는 라오스 성공 신화 주인공 오세영 회장이 설립한 코라오그룹 소속이다.

KR모터스는 지난 2일 판매량 감소를 이유로 3개월간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사측은 휴업 개시 전날인 지난 1일 오후 6시께 인사발령 소식을 노조 메일을 통해 알렸다.

인사 대상은 16명이며, 이 중 10명이 내달 3일 자로 라오스로 발령됐다. 그러나 해당 직원들은 파견 대상에 포함됐다는 소식을 노동조합을 통해 들어야 했다.

노조는 이 같은 기습 발령이 '부당 인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백차근 노조위원장은 "지난 8월 사측이 회사가 어렵다며 라오스 파견을 제안해 지원 조건 등을 검토한 적이 있다"며 "파견 지원자를 모집하던 중 사측이 휴업을 제안했고 라오스 파견은 전면 백지화했다"고 했다. 이어 "인사 대상 조합원들은 선정 기준 등도 알지 못한 채 1년간 파견을 가야 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사측은 "3개월 전부터 노조와 함께 논의하던 내용"이라고 반박했지만 백 위원장은 "경영상 파견이 불가피했다면 노조에 먼저 알리고 그 방법을 협의했어야 하는데 기습으로, 그것도 휴업 전날 밤에 메일을 보낸 것은 상식에 안 맞다"고 했다.

노조는 한국 공장 기술만 빼가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일명 '기술먹튀'를 위해 일부 기술자를 보내놓고 국내에서는 휴업 기간에 생산라인을 정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라오스 공장에서는 100㏄ 이하 이륜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KR모터스는 700㏄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 코라오홀딩스가 라오스를 넘어 미얀마, 중국, 베트남 시장까지 노리고 있기 때문에 KR모터스의 기술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직원들이 이런 의혹을 제기하며 불안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KR모터스는 지난 7월 서비스·판매 사업 부문을 'KR글로벌네트웍스'라는 법인으로 물적 분리했다. 또 최근까지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다.

백 위원장은 "업계에 매각설, 합병설 등 회사를 둘러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파견 조건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불투명하게 인사 발령을 내 불안하기만 하다"며 "해고회피노력의 과정을 밟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했다.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창원시지부 의장은 "1년 정도 사업장을 지켜보니 한국산켄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결국 수익이 있는 서비스·판매 부문만 남기고 생산 부문을 없애거나 외주화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했다.

이에 사측은 "인사는 노사 합의사항이 아니며, 파견 시행일까지 한 달가량 남아 있어 기습 인사는 아니다"며 "이번 발령은 한국 공장에 일감이 없어 남는 인력을 그룹사로 파견해 소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일축했다.

KR모터스 노사는 5일 특별협의를 열고 이번 발령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노조는 발령 철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다.

KR모터스 직원은 약 250명으로 생산직 직원은 노조 조합원 114명을 포함해 180여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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