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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 비아그라·생리불순 치료제? 개불·꼬막 진실은

[신우해이어보] (29) 개불과 꼬막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webmaster@idomin.com 2016년 11월 22일 화요일

한 해 넘게 연재해 온 <신우해이어보>가 마감을 앞두고 있다. 담정 김려의 <신우해이어보>에 실린 어개류 72종을 대상으로 계절에 맞게 소개하면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와각탕과 같은 음식을 재현해 보기도 하고, 감성돔 식해처럼 오늘에 되살려도 좋을 만한 참신한 소재를 발견했을 때는 짜릿한 쾌감을 맛보기도 했다. 그러던 여정이 벌써 마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 아쉽다. 마감을 앞두고 여러분의 몸에 이로운 먹을거리 두 가지를 소개하니 잘 섭생하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란다.

먼저 소개할 녀석은 지금, 11월이 제철인 개불이다. 개불을 수산시장에서 쉽게 구해서 먹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도 갯내를 쉽게 맡을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있지만, 소싯적에는 쉽게 접할 수 없었다.

담정 김려가 지은 <우해이어보>에는 해음경(海陰莖)이라 소개한 바다 생물이 있다. 바다에 사는 음경처럼 생긴 녀석이란 뜻이다. 담정은 이름이 비롯한 바와 생김새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해음경은 모양이 말의 음경과 같다. 머리와 꼬리가 없고 입 하나만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해음경은 바다에 사는 말의 음경과 같이 생긴 생물이라는 뜻인데, 어디 그것이 말의 그것이기만 하겠는가. 말에 갖다 댔으니 크기가 만만찮았으리라. 실제로 다 자란 녀석은 30㎝에 이르고, 심지어는 50㎝ 정도 되는 것도 있다 하니 말의 음경이라 했음 직하다.

마산어시장에 나온, 제철 개불(위)과 꼬막. 요즘 개불은 대부분 서해에서, 꼬막은 전남에서 온다고 한다. /이서후 기자

해음경에 해당하는 생물을 도감에서 찾아보면 지금의 개불과 가장 닮았다. 담정이 묘사한 대로 생김새가 그러한 바다 생물은 이 녀석뿐이다. 개불이란 이름은 하나같이 생김새가 개의 불알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음낭인 고환보다는 담정의 말마따나 음경처럼 생겼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그렇다면, 해음경이란 한자 이름과 개불이란 한글 이름은 그 의미가 등치할 수 있는가. 둘은 각각 해와 음경, 개와 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각각 해=개, 음경=불[음낭, 고환]과 등치되어야 한다. 이 관계에 대해 <우해이어보>에 실린 고기 이름을 연구한 이정용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두 이름이 등치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여기서 바다와 대응하는 개가 동물이 아니라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을 이르는 개(개흙 또는 갯벌)라면 해음경과 개불은 서로 통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실제 개불의 서식지가 조간대의 갯벌인 점도 그렇게 보게 한다. 음경과 대응하는 불도 성기라 해석한다면, 개불은 바닷속 갯벌에서 사는 그렇게 생긴 녀석을 이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해음경과 개불은 같은 녀석을 이르는 한자 이름과 한글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이름은 그렇다 치고 담정이 적은 해음경의 서식환경을 보자. "바다 밑 바위에 붙어 서 있으면서 꿈틀대는데, 자르면 피가 난다." 개불은 바위에 착생할 수 있는 신체 구조가 아니다. 손암 정약전이 지은 <현산어보>를 보면, 개불과 비슷한 서식환경을 가진 바다 생물이 소개되어 있다. 바로 우리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미더덕이란 녀석이다.

이 책에는 음충(淫蟲)이라고 했는데, 녀석의 속명은 오만동(五萬童)이다. 손암은 음충을 일러 이렇게 적었다. "모양은 남자의 성기를 닮았다. 입이 없고 별다른 구멍도 없다. (중략) 머리 쪽이 크고 꼬리 쪽이 뾰족한데, 꼬리로 돌 위에 달라붙을 수 있다."

눈치 빠른 독자는 벌써 알아채셨겠지만 오만동이라는 속명을 가진 이 녀석의 정체는 미더덕이다. 음충이라 한 것은 녀석의 생김새가 남자의 성기를 닮아서 그런 이름을 붙인 걸로 보인다. 이를 음란하다고 한 것을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당시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그리 여겨졌나 보다.

담정이 자르면 피가 난다고 한 것은 개불을 이른 것이 맞고, 바위에 붙어 서 있다고 한 것은 미더덕의 습성을 개불과 혼동한 것일 게다.

해음경(개불)이란 녀석은 당시 사람들의 비아그라였던 모양이다. 담정은 그 효능을 이렇게 적었다.

"해음경을 깨끗이 말려 가늘게 갈아서 젖을 섞어 음위(남자의 생식기가 위축되는 병)에 바르면 바로 발기한다고 한다."

이런 기대효과 때문인지 예전부터 한방에서는 개불을 강장제로 처방해 왔다고 한다. 실제 당뇨에도 효과가 있고, 혈전을 분해하는 성분이 있으니 어느 정도 그런 효과는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결국, 그것은 사용자의 마음가짐에 달린 문제겠지만, 이런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플라세보(placebo) 효과(위약 효과)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살필 녀석은 지금부터 제철을 맞는 꼬막이다. 담정은 <우해이어보>의 부록에 이 꼬막을 두고 '와농자(瓦壟子)'라 부르며 전복과 함께 소개했다. 요즘 꼬막은 전남 보성군 벌교에서 생산된 녀석이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지만, 당시에는 우리 지역에서도 적잖이 생산되었던 모양이다.

마산어시장에 나온, 제철 개불(위)과 꼬막. 요즘 개불은 대부분 서해에서, 꼬막은 전남에서 온다고 한다. /이서후 기자

꼬막은 감, 감합(甘蛤), 와옥자(瓦屋子), 와농자 등으로도 불리는데, 앞의 두 이름은 조개의 단맛에서, 뒤의 둘은 조개껍데기가 기와집 또는 기왓골처럼 생긴 데서 비롯한 이름이다. <현산어보(자산어보)>에는 감이라 했다. 꼬막은 한자의 조합이 벌레 충, 달 감(甘)인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맛이 단 조개'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소개했다. "감의 속명은 고막합(庫莫蛤)이다. 크기는 밤만 하다. (중략) 고깃살은 노랗고 맛이 달다." 이청이 <현산어보>에 보충한 이 기록을 통해 맛이 단 감이라는 조개의 속된 이름이 고막합 즉 고막 조개라 했음을 알 수 있다.

<우해이어보>에서 담정은 이렇게 적었다. "의서에 꼬막은 성질이 차고 맛이 짜서, 부인의 생리가 불순해서 오랫동안 핏덩어리가 몸 안에 쌓여 있는 병을 고쳐준다. 허준(1539~1615)이 말하기를 이 꼬막(와농자)을 관북지방에서 나는 강요주 껍질이라고 했는데, (중략) 내가 일찍이 강요주를 식초에 담가 구워서 용법대로 복용시켜보니 부인의 생리불순에 별로 효과가 없었다."

이 또한 앞서 본 해음경과 마찬가지의 기대효과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해음경 가루를 발라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은 것처럼 꼬막의 피가 생리불순에 효과가 있다고 믿은 것이다.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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