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문, 연설문 유출과정 등 해명없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 운영에 최순실 씨가 개입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누가 연설문을 유출했는지 등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아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전부터 청와대를 향한 전국 주요 언론과 인터넷 매체, 누리꾼의 해명 요구가 빗발치자 오후 4시 긴급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진솔하게 말씀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를 두고 "과거에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 준 인연이 있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 분야에서 선거운동이 국민에게 어떻게 전달됐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면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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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문을 읽고 난 뒤 인사하는 박 대통령./연합뉴스

이런 도움은 JTBC 보도대로 취임 이후에도 계속됐음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은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이 있으나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맘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한 뒤 고개를 숙였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사과에도 최순실 국정 농단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많은 국민은 이번 사과가 순수한 마음에서 이뤄졌는지에 의문을 품고 있다.

이날 긴급 대국민 사과문 발표는 JTBC 보도 이후 만 하루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나왔다. 사과 방송도 생중계가 아닌 녹화 화면에 지나지 않았다. 200자 원고지 2.3매 분량에 불과한 내용에 발표 시간도 채 2분이 되지 않았다. 사전 녹화로 이뤄져 기자들의 질의도 없었다.

박 대통령 스스로 국정운영의 비선 개입을 인정했음에도 그 개입의 폭과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특히 연설문 유출 최종 지시자가 누구이고, 어떤 인물을 통해 전달됐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지 등 꼭 밝혀져야 할 사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번 '국정 농단' 관련 사안이 밝혀지게 된 계기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국민적인 의혹 규명 요구를 어떻게 받아 안을 것인지에 대한 생각도 밝히지 않았다.

이 탓에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정치권과 시민사회, 나아가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이번 국정 농단 의혹 사건의 박 대통령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두천 기자 kdc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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