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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장님]창원 동읍 무점마을 이재홍 이장

50년간 이장했던 아버지 이어 올 3월 시작한 '새내기 일꾼'
주민들 힘 모아 코스모스 심어지난 9월 마을 축제 개최 '성과'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16년 10월 19일 수요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에 속한 마을 가운데 무점마을은 작은 편이다. 50여 가구 140명 정도 살고 있다. 농가 대부분은 단감과 벼를 재배한다. 제조업 그늘에 가려서 그렇지 제법 바탕이 탄탄한 창원 농업이 내세우는 특산물이 단감이다. 무점마을 단감은 그 명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있다.

"단감이 껍질 그대로 먹을 수 있어야 사람들이 좀 찾을 텐데. 요즘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과일이 너무 많아서…."

마을 들판에 고루 심어진 감나무를 보며 이재홍(52) 이장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곧 수확기라며 올해는 제값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멋쩍게 웃었다. 지난해 창원 단감 농가는 보기 드문 풍작에 이은 가격 폭락으로 고전했다. 이재홍 이장은 올해도 지난해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이장은 올해 3월 임기를 시작한 새내기다. 70대 이장이 적지 않은 요즘 50대 이장은 '젊은 피'에 속한다. 그래도 이 이장은 그냥 새내기가 아니다.

"고인이 되신 아버님이 2013년까지 이장을 하셨습니다. 50년 정도 하셨지요. 이후에 다른 분이 이장 한 번 하시고 제가 또 일을 맡게 됐지요."

무점마을에서는 대통령보다 위로 쳐야겠다는 흰소리에 두 손을 내밀며 손목이 빠질 듯이 흔든다.

"봉사하고 희생하는 일이지요. 마을 어른들이 권해서 일을 맡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님이 하시던 것을 봤으니 앞으로 일하는 데 도움은 되겠지요. 막상 이장을 맡으니 주민들이 많이 도와주십니다. 그래서 일하기는 참 편합니다."

쉽게 지나치면 그저 내세울 것 없는 작은 마을이다. 창원 주남저수지는 알지만 동판저수지는 모르겠다면 더욱 그렇다. 동읍 월잠리 위쪽이 주남저수지고 아래쪽이 동판저수지다. 무점마을은 동판저수지 동남쪽을 끼고 펼쳐진 들판이다. 동판저수지 둑을 걸으며 한쪽에는 저수지, 다른 한쪽에는 들판이 펼쳐진 풍경을 여기 사람은 최고로 친다. 이 이장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 풍경은 널리 자랑할 만하다고 여겼다.

"예전에 마을에 500m 정도 코스모스를 심었어요. 참 보기 좋더라고요. 둑에 길게 코스모스를 심으면 좌우로 펼쳐진 풍경이 멋지겠다 싶었지요. 무점마을을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준비한 게 '무점마을 코스모스 축제'이다. 지난 9월 24~25일 이틀 동안 진행한 축제에 3만 명 정도 사람들이 찾았다. 코스모스 너머 더 꾸미지도 않고 소박하게 펼쳐진 풍경과 걷기 좋은 둑길을 반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방송에 한 번 나가고 나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요. 행사에 맞춰 막걸리를 20말 정도 준비했는데 금방 바닥이 났지요. 내년에는 50말 정도 준비할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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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점마을 코스모스 축제' 준비를 위해 마을 어른들이 서로 나서서 땡볕 아래서 잡초를 뽑았다고 한다. /이승환 기자

지원을 받은 행사도 아니었다. 한창 무덥고 가물 때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물을 주면서 꽃을 가꿨다. 마을 어른들은 서로 나서서 땡볕 아래서 잡초를 뽑았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준비한 행사다. 부쩍 자신감이 붙은 이 이장은 내년에는 훨씬 살뜰한 축제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을에 큰 기쁨을 안긴 동판저수지는 버거운 과제를 안기는 존재이기도 하다. 특히 동판저수지를 가득 메운 버드나무가 적잖은 골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기야 좋지요. 너른 저수지에 버드나무가 운치 있게 보이잖아요. 하지만 여간 큰 문제가 되는 게 아니에요."

저수지에 널리 퍼진 버드나무는 때 되면 무점마을 하늘을 뒤덮었던 철새를 막고 있다. 새 종류에 따라 이·착륙할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버드나무 숲은 천적이 살기 좋은 곳이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버드나무 숲이 저수지 물 흐름을 막아 흘러가야 할 물이 역류해 이웃마을에 침수 피해를 안기기도 한다. 게다가 봄이 되면 마을 전체를 눈처럼 덮는 꽃가루도 주민을 힘들게 한다.

"공사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행정에서 어떻게라도 손을 써야 할 것 같은데, 당장 물 흐름이라도 원활하게 손댈 수 있는 부분부터 버드나무를 제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을을 한 바퀴 돌며 무점마을 매력과 과제를 짚어내는 새내기 이장 손끝이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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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 이승환 기자
  • 2017년 1월부터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일을 맡았습니다. 상담은 010-3593-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