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 경쟁 한계, 국민 안전 보장 못해…평화안보로 방향 돌려 관계 개선해야

박근혜 정부는 봉쇄와 군비경쟁을 통한 안보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 안전과 국가 존속이라는 안보의 제1차적 목적으로부터 멀어지고, 국민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제2차적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게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1월 6일 제4차 핵실험과 7일 장거리로켓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3월 2일 이루어진 '결의 2270호'를 주도했다. 게다가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남북 간 연결고리를 끊어 버렸다. 제5차 핵실험 이후에도 이러한 대응에는 변함이 없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관련해서 '결의 2270호'에 담지 못한 내용, 이행 과정에서 나타난 부족한 점, 새로운 제재 방안 등을 찾고 있다. 9월 9일 핵무기 사용징후 시 평양을 정밀 타격하는 '대량응징보복(KMPR·Korea Massive Punishment & Retaliation)' 작전개념을 내놓았다. 최근에 이어 10월 초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군비경쟁도 계속된다. 2013년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170발을 3800억 원에 구입해 2016∼2017년에 순차적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또 F-35A 40대를 대당 약 1200억 원에 구매하여 2018년 도입하기로 했고, '대량응징보복'을 위해 20대를 추가로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들은 핵공격 전 상대의 핵기지를 무력화시키는 킬체인(kill chain)의 타격무기이다. 이듬해에는 2019년에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1세트 4대를 8800억 원에 들여오기로 했다. 이는 킬체인 감시자산이다. 올해 7월 8일 중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1개 포대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문제는 울림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마땅한 후속 대책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결의 2270호'가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이라는 평가에도,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차지하는 북·중 무역 올해 상반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다. 게다가 제5차 핵실험을 막아내지 못했다. 이번에 나올 결의안에, '결의 2270호'가 배제한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과 국제기구·비정부기구의 인도적 활동까지 금지할 수 없다. '대량응징보복' 개념에도 북한의 반응은 달라진 게 없다. 킬체인과 미사일방어체계로 대응해 나가면, 북한은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실험하고 우리는 미국의 핵잠수함 배치를 추진한다.

무엇보다 현재 대북정책이 핵전쟁을 철저하게 막아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북한 대립관계가 지속하고 군비경쟁이 한계점에 이르면, 그만큼 핵전쟁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이다. 북한의 궁서설묘 상황, 최고 통치자의 욕심이나 오판, 핵무기 관리체계의 부실 등으로 핵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 그리고 전쟁 시 모든 핵무기를 완벽하게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이 보유한 10여 기 핵무기 중 킬체인과 미사일 방어체계로 9기를 막아내더라도, 1기를 막아내지 못하면 우리 국민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며 국토는 초토화를 면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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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대책 상황이다. 기껏해야 내외부로 책임을 전가할 뿐이다. 김정은을 두고 '정신상태가 통제불능'이라고 비난한다. 사드를 반대하는 야당을 대안 없는 집단으로, 국민을 '불순세력'과 '사회불안 조성자'로 몰아간다. 대화와 협상의 배제로 정책수단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실패를 인정하고 평화안보로 방향을 돌려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대외 개방을 주도해야 한다. 보상을 통한 군비통제를 통해, 핵무기 관리 및 개발중단에서 폐기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돌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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