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이 대기층 지나며 산란한 현상…낮엔 파랗고 해 뜨고 질 땐 붉게 보여

너무도 환상적인 노을을 보며 탄성을 터뜨린 적이 있지 않은가? 누구나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붉은 노을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뭘까?

인간의 눈은 400~700nm 파장의 빛만 감지, 즉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을 '가시광선'이라고 부른다. 정상적인 인간은 가시광선 중에서 긴 파장인 700nm 쪽 빛을 붉게 느끼고, 짧은 파장인 400nm 쪽 빛을 보라색으로 감지한다. 그래서 이들을 차례로 펼쳐 놓으면 '빨주노초파남보' 즉 무지개색이 되는 것이다. 사실은 단순히 7가지 색이 아니라 수없이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이다. 이들이 모두 합쳐져 있을 때는 하얀 백색광으로 보이다가 프리즘을 통과하든지 회절하든지 물방울에 반사되든지 무슨 이유에서든 이들 파장의 차이를 구분해서 갈라주면 아름다운 무지개 패턴이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눈에 있는 간상세포 속에 빛을 감지하는 로돕신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 로돕신은 옵신이라는 막대 단백질과 빛을 감지하는 부위인 작은 화학분자 레티날로 구성되어 있다. 이 레티날이 녹색인 500nm 파장의 빛을 가장 잘 감지하도록 설계돼 있어 우리 눈이 그 근처인 400~700nm 파장의 빛을 감지할 수 있게 된 것이고, 또 눈의 휴식을 위해 녹색을 자주 쳐다봐주라는 등의 이야기도 만들어진 것이다.

빛은 상황에 따라 반사, 굴절, 회절, 간섭, 산란 등 다양한 현상을 일으키는데, 노을의 색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현상은 산란이다. 산란이란 파동이나 빠른 속도의 입자선이 많은 수의 분자, 원자, 미립자 등과 충돌해 운동 방향을 바꾸고 흩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단파장의 빛일수록 강하게 산란한다. 빛의 파장보다 훨씬 더 작은 분자나 입자들에 의한 산란은 '레일리 산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것은 이 이론의 최초 개발자인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레일리 경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제 노을현상을 이해해보자. 지금 당신이 바닷가에서 노을을 기대하며 서쪽으로 지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순간 태양으로부터 붉은색과 보라색 각각 16개씩 동일한 수의 빛 알갱이들이 당신이 있는 지구를 향해 출발했고, 약 8분 30초를 광속으로 우주공간을 달려 마침내 지구 대기권에 도착했다. 당신의 눈에 도착하기 1초도 남지 않은 바로 직전에 지구 대기권을 돌파하다가 대기 중의 분자나 미립자들과 충돌하며 산란하기 시작한다. 이때 파장이 긴 붉은색 빛 알갱이 16개는 산란률이 적어 16개 모두가 당신의 눈속 레티날 분자까지 도달하였으나 보라색 빛 알갱이 16개는 산란율이 붉은색 빛과 비교해 16배나 높아서 대부분 충돌로 날아가고 간신히 1개 정도만 당신 눈에 도착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붉은빛 알갱이를 많이 받아들인 당신은 태양 쪽 하늘이 붉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해가 뜰 때의 노을도 같은 원리로 설명될 수 있다. 즉 노을이란 태양광이 상대적으로 긴 대기층을 지나게 되어 더 많은 수의 청색빛 알갱이들을 관측자가 바라보는 직진 경로에서 잃어버리는 현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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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이나 일반적으로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은 태양과 직선방향이 아닌 대기 중에는 파란색 계통 빛 알갱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산란해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충돌하는 빛의 파장에 따라 산란 정도가 크게 변하는 대기분자 산란과 달리, 구름이나 눈 입자같이 둥근 모양의 큰 입자들은 빛의 파장에 따른 산란 정도의 변화가 없다. 이를 '미(Mie) 산란'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따라서 구름과 눈 등은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이처럼 대자연의 흥미로운 현상들을 만날 때 그 속에 숨겨진 원리도 이해하며 접하게 된다면 아마도 당신은 조금 더 그 자연에 매료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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