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만에 돌아온 고향 성실·책임감에 이장 발탁…행복마을 콘테스트 입상 사과꽃 축제 개최 등 성과 "주민 위하는 일 내겐 숙명"

경남 함양군 수동면 도북마을은 옛날 함양군 도북면 지역에 속해 있었다. 조선시대에는 면사무소가 있었고, 한길 북쪽이라 하여 도북이라 했다.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모간면·백토면과 병합하면서 상 도북마을 도북리라 하여 수동면에 편입했다. 사근역과 거창 무촌역을 연결하는 삼남대로 북쪽에 있는 마을이라 한다.

이 마을에 처음 들어온 사람은 노씨인데 만석지기 재산을 이뤘다고 전해지며, 그 후 김씨가 들어왔다. 16세기에는 권씨가 안의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대대로 살면서 도계천(桃溪川) 이름을 따서 도계촌(桃溪村)으로 불렀다고 한다.

수동 도북마을은 사과가 유명하다. 마을 입구를 지나 진입로로 들어서면 빼곡이 줄 선 사과나무를 만날 수 있다. 4월에는 하얀 사과꽃향이 가득해 마을입구에만 들어서도 복잡했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힐링'기운을 받는다. 2015년 9월 행복마을 콘테스트에서 '사과꽃 향기 가득한 도북마을'을 주제로 농식품부장관상을 받는 등 경남도 행복마을 콘테스트 2년 연속 1등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함양군 수동면 도북마을 권길현 이장. 권 이장은 '마을 주인은 바로 주민'이라는 생각으로 이장직에 임하고 있다. /안병명 기자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수동사과꽃 축제도 도북마을에서 3년 연속 개최했다. '도북마을 = 사과마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이런 마을에서 가장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이 바로 권길현(67) 이장이다. 총 95가구 200여 명의 주민은 그를 '도북의 보배'라 부른다.

그는 이곳 도북마을에서 태어나 유소년 시절을 보냈고, 군 입대로 마을을 떠나 부산에서 40년 생활하다 2011년 11월 다시 고향 도북마을로 귀농했다. 마을 주민은 두 팔 벌려 그를 환영했다.

고향에 돌아온 그는 도북 최고 특산물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는 겉모습은 투박해도 누구보다 마을을 사랑하는 '고운' 마음씨를 가졌고, 마을의 크고 작은 행사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었다. 2014년 마을 사람들이 어질고 반듯한 그를 이장으로 강력히 추천한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했다.

여느 농촌 마을처럼 젊은이는 턱없이 모자라고 노령인구 비율은 가면 갈수록 늘어나는 마을에서 그는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마을의 '머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손발이 되고 눈과 귀가 되어주는, 마을을 위해서 큰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머슴'이다.

이장직을 맡은 이후 그가 줄곧 생각했던 것은 "내가 마을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떡하면 우리 마을 사람들이 잘살 수 있을까"였다.

60세 이상이 55%인 농촌마을에서 사과가 아닌 특별한 소득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수동의 사과를 알릴 기회는 턱없이 모자랐다.

그래서 개최하게 된 것이 수동 사과꽃 축제였다. 축제 준비 당시에는 앞이 막막했다. 일은 벌여놨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마음에 밤에 잠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그는 이내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발로 뛰며 축제를 만들어갔다.

처음에 소극적이던 마을 주민들도 권 이장의 적극적인 설득과 도북마을의 명예가 걸린 축제라는 생각으로 마을 청소·풀베기·꽃 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관심과 협조가 보태지면서 가속도가 붙었고, 그렇게 개최된 축제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성공을 거듭했다.

그는 2015년 '제2회 행복마을 만들기 콘테스트'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처음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주민 의견을 한데 모으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소극적인 마을 주민들에게 "마을 주인은 바로 주민"이라고 꾸준히 설득, 마침내 주민들도 사업 준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됐다. 그 결과 도북마을은 경관·환경부문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을 받게 됐다.

그는 현재 2017년도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마을을 위해 뛰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이유가 없다"고 대답한다.

그는 "이장이란 직책이 나에게 물질적으로 크게 득이 되는 건 아니다. 때로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주민과 언성을 높이면서 감정 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장은 내게 숙명과도 같다. 도북마을과 주민을 위해 '머슴'으로 살아야 할 것 같은 숙명, 그래서 이장추천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마을의 변화를 이끌고 어르신 얼굴에 웃음꽃 피는 걸 보면 그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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