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 주민소환 나선 원인 부끄러워해야

지난 25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도청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참으로 무지한 발언을 한 것을 여러 신문을 통해 접하며 황당함을 넘어 참담하기까지 했다. 모욕적인 언사를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학부모나 도민을 향해 감히 내뱉었다. 지난해 3월 공보담당관을 통해 아이들 밥을 지키려고 거리로 나와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을 향해 '종북'이라는 도저히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하여 상처를 주더니, 이제는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학부모들을 향해 '배은망덕'이라는 '배은망덕'한 소리를 하여 분노케 하고 있다.

도지사는 '급식 예산이 지원되니 원인이 사라진 일'이라고 했다는데 그 급식 예산을 경남도가 과연 얼마나 지원을 해주는지 묻고 싶다. 2014년 수준에는 전혀 못 미치는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그것도 식품비만을 주겠다고 선언하였다. 급식비는 이제까지 당연히 그 안에 식품비, 인건비, 운송비 등 급식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포함했던 것인데, 갑자기 식품비만 분류하여 주겠다고 떼를 쓴 사람이 경남도지사다. 우리가 식당에서 5000원짜리 밥을 한 그릇 먹고 돈을 낼 때도 식품비, 인건비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여 5000원으로 계산하지, 식품비만을 떼서 밥값을 계산하지 않는다. 결국, 도지사는 경남에 급식비를 최하위 수준으로 지원하면서 식품비만을 지원하며 생색내기를 하였다. 채무 제로를 만들려고 다른 기관에는 부채를 지게 하는 행정이 과연 민주적이고 도지사가 말하는 '개혁'이라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원인이 사라진 일'이라니? 무상급식이 다시 진행된다고 하여 무상급식 예산을 직접 없앤 도지사의 비민주적 행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잊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잊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 아이들의 밥 먹을 권리를 1년 동안 빼앗고, 그것을 지키고자 거리로 나온 엄마들을 향해 종북몰이를 한 사람을 어찌 용서하고 잊을 수가 있겠는가? 도지사는 당연한 권리인 무상급식을 빼앗아 애들은 굶기고 도의 채무를 갚았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것은 '개혁'이라기보다 '억지'이고 '떼씀'이고 '불통'에 가깝다.

또한, 주민소환은 유권자가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선출직 공무원을 투표로 임기 중에 파면시키는 제도이다. 이것은 '배은망덕'한 행위가 아니라 지방자치법 제20조에 따라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소환할 수 있는 주민들의 민주적인 권리이다. 도민이 자발적으로 주도한 주민소환에 대하여 불쾌해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부끄러워하고 죄스러워해야 한다. 그런데도 주민소환을 한 학부모들이나 주민들을 향해 '배은망덕'이나 '일부 좌파와 대립해서 생긴 문제'라며 유행 지난 좌파몰이를 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였다. 본인의 뜻과 반한다고 좌파로 모는 고약한 언사야말로 뽑아준 도민에 대한 '배은망덕한 언행'이다.

게다가 교육감 주민소환 불법 서명에 자신의 최측근들과 심지어는 비서실 공무원까지 연루가 되었는데도 그것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전혀 없었다. 이것조차도 개인적 일탈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집단'으로 불법 서명에 연루되는 일탈(?)을 자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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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지사가 진실로 불법서명이 자신과 관련이 없고, 본인이 '개혁'적으로 도정을 이끌었다면 불법서명을 위해 일탈을 한 공무원들을 경남도 차원에서도 감사관실 등을 통해 철저히 밝혀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홍 지사는 여전히 무상급식 중단에 대하여, 교육감주민소환 불법서명에 대하여 일말의 미안함이나 직접 사과 없이 '채무 제로' 뒤에서 '풀리지 않는 매듭이라면 끊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누가 누구를 끊어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를 리는 없을 것인데….

이런 '배은망덕'한 도지사를 어찌 주민소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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