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돋보기] 거제 고현항 재개발 '땅장사'논란

거제의 지도를 바꿀 지역 최대의 토목공사인 '고현항 재개발 사업'이 시민단체 등의 반대 등으로 사업 추진 6년 만인 지난해 12월 착공됐다.

항만 기능이 쇠퇴한 고현항 일대 83만3379㎡(매립 60만 98㎡)에 해양신도시를 건설하는 게 핵심인 이 사업에는 총 2조 1000억 원이 투입된다.

그런데 최근 시행사인 거제빅아일랜드PFV가 매립도 안 된 '바다의 땅'을 올해만 1차와 2차 두 차례에 걸쳐 사전 분양해 항만재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난 속에 물의를 빚고 있다.

◇거제빅아일랜드 사전 분양 = 이 사업 시행사인 거제빅아일랜드PFV는 고현항 매립 이후 근린상업용지로 활용될 9필지에 대한 분양을 지난달 경쟁입찰을 했다.

분양 용지는 모두 9필지 6910㎡로 총 358억 1600만 원을 공급 예정가격으로 제시했다. 3.3㎡당 평균 1710만 원 선이다.

거제 고현항 재개발 사업 조감도.

이 가운데 7-1필지는 917㎡에 공급 예정가격이 총 51억 3200만 원으로 3.3㎡당 1847만 원에 달한다.

매립공사가 이제 막 시작된 곳이 거제 최대 도심인 고현 일대 상가의 평균 거래가를 웃도는 가격이다.

이 때문에 항만재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상업용지 사전 분양에 나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앞서 시행사 측인 거제빅아일랜드는 거제시민에 한해 특별공급이라는 명목으로 상업용지 4필지를 선분양했다. 모두 2062㎡에 97억 9600만 원의 분양가로 3.3㎡당 평균 1568만 원을 제시했다.

경쟁입찰방식이 아닌 미리 정해진 분양가를 놓고 추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분양에 무려 1120건이 접수돼 28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2차 분양은 1차 특별공급보다 면적이 3배 이상 늘어난 데다 3.3㎡당 평균 가격도 142만 원 더 높았다.

이에 대해 시행사 측은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책정한 분양가인 데다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민 눈길은 곱지 않다. 시민 송모(45) 씨는 "1차 분양에서 재미를 본 거제빅아일랜드가 고현항 매립을 공공성보다는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체류형 해양문화관광도시 만드는 고현항 매립 사업 = 고현항 재개발사업은 거제시가 민자사업으로 시 중심항인 고현항을 메워 신도심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낡은 시설과 좁은 배후용지로 항만기능이 쇠퇴한 고현항 일대 60만 98㎡를 오는 2021년까지 매립해 부두·주거·상업·교육·의료·관광·문화·공공시설 등을 갖춘 사계절 체류형 해양문화관광도시로 만드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업비는 기반시설 조성에 6700억 원, 상부시설 건설에 1조 4300억 원이 투입된다. 업계에서는 사업완료 때 1조 53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 2만여 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여곡절 겪은 고현항 재개발 = 고현항 재개발은 지난 2008년 시작됐다. 당시 김한겸 시장이 삼성중공업과 MOU를 체결하면서 추진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측이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2011년 7월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며 포기했다.

이에 시가 이듬해인 2012년 8월 민간사업자를 공모하면서 재개됐다. 특수목적법인(SPC) 거제빅아일랜드PFV(주)가 시행사로 거제시도 10%를 출자했다.

◇시민단체 반발 "지역협의회 논의 결과 무시" = 민간사업자 공모로 고현항 재개발 사업은 다시 시작됐지만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지역사회의 폭넓은 의견과 공감대 속에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시는 이 사업과 관련해 해수부 권고에 따라 3년 전 지역사회협의체를 구성했다. 이에 따라 지역사회협의체는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15개 항으로 정리한 '아일랜드형(인공섬)' 의견서를 지난해 2월 해양수산부와 거제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거제시는 지역사회협의체가 사업 필요성과 타당성, 토지이용계획 공공성 등을 충분히 논의해 추진하자며 낸 의견서를 무시한 채 기본계획변경안을 제출했고, 정부는 그대로 고시해 승인해 버렸다는 것이 시민단체 주장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는 거제의 지도를 바꿀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면서 시가 지나치게 상업성을 강조해 부동산 투기만 조장했다는 비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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