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의 조기 실시가 유력한 가운데 경남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 자리를 둘러싼 한나라당 중진들간의 때이른 물밑 신경전이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공천을 의식하는 일부 중진들은 이회창 총재의 눈에 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고, 언론을 상대로 자신의 뜻을 은근히 내비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달말로 예상되는 당직개편을 앞두고 자체적인 교통정리도 시도되고 있다.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역은 경남을 비롯해 서울과 부산이다.

경남지사는 김혁규 현 지사가 ‘관선지사'를 포함해 4번째 지사직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이강두(3선·거창 함양)·윤한도(재선·의령 함안)·안상수(재선·경기 과천 의왕) 의원이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관료출신으로 초대 주소련 경제공사를 지낸 이 의원은 총재비서실장과 당 예결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관선 경남지사를 지낸 윤 의원은 당 농림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안 의원은 검사출신으로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수사검사로 주목받았고, 당 대변인을 지냈다.

이들 중진의원은 최근 일각에서 김 지사가 2002년 대권후보로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점과 관련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당선자의 위상이 `차차기'와도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점에서 단연 시선을 끌고 있다.

반면 부산은 최근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당 공천을 받을 경우 한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후보들간 고지 선점경쟁이 치열하다.

우선 서울시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는 홍사덕 국회부의장과 서청원·김덕룡·이부영 의원 등이다.

특히 서 의원은 이 총재의 신임이 두텁다는 점에서, 홍 부의장은 인기도에서 각각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이 의원은 정치적 야망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 총재에게 부담이 된다는 얘기도 있지만 당의 화합과 결속 차원에서 `중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평이다. 최병렬 부총재도 거론되고 있으나, 본인은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부산시장 후보로는 이 총재의 핵심 측근인 권철현 대변인과 이상희(전국구)·김형오 의원, 안상영 현시장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경기도지사 후보로는 한차례 도전 경험이 있는 손학규 의원과 경기 파주출신의 이재창 의원이, 인천시장은 이윤성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구는 문희갑 현시장의 재공천 가능성과 함께 박세환(전국구) 의원의 대타설도 나돌고 있다.

경북지사도 이의근 현지사에 대항해 여성 부대변인을 맡고 있는 전재희 의원이 반공개적으로 출마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경합이 예상된다.

제주도지사는 신구범 전 지사, 강원도지사는 김진선 현지사가 거론되고 있는 반면, 절대 열세지역인 호남과 자민련 텃밭인 충청도는 아직 후보자들이 눈치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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