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의혹에 사측 묵묵부답

한국산연 노조가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하겠다"는 회사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회사가 생산물량을 확보했음에도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고자 물량을 외부로 반출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정리해고를 단행하려면 경영상 긴박한 이유가 있어야 하지만 생산물량이 확보돼 지금은 긴박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한국산연지회는 24일 오전 11시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정리해고 정당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사측은 9월 30일 자로 생산부문을 폐지하고 생산직 노동자 전원(61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경영상의 어려움이 그 이유였다.

한국산연 노조가 24일 회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리해고만을 위한 정리해고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김민지 기자

노조는 이에 대한 반박 근거로 3월 4일 자 포장명세서(packing list)를 제시했다. 포장명세서는 수출 물품의 포장상태 및 포장 내역을 표시한 서류다. 구매자(buyer)와 수화인은 한국산연의 모기업인 일본의 산켄(SANKEN)으로 돼 있으며 LED조명 부품을 실은 선박이 부산에서 일본으로 갔다고 명시됐다. 노조는 "사측은 생산 가능한 물량을 일본으로 반출했다. 사측은 물량을 수주하고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정리해고를 정당화하고자 물량을 반출했다"면서 "경영이 어렵다면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사측은 물량을 실어 내 정리해고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노조는 '한국산켄주식회사'라는 명칭과 직책, 이름이 새겨진 명찰 40개를 무더기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 명찰에 대해 사측이 생산부문을 폐지하고 생산을 외주화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미리 고용된 사람들 것으로 추정했다. 노조는 "의문의 명찰 개수는 공교롭게도 희망퇴직 인원(40명)과 비슷하다. 이 명찰은 사측이 외주화를 위해 미리 고용된 사람의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 현장에 있던 회사 관계자는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회사 측은 노조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자들의 끈질긴 질문이 이어지자 경찰 112센터에 전화를 걸어 "기자가 나를 귀찮게 한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한편 금속노조 한국산연지회는 이날 서울 일본 대사관 앞에서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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