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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받지 못한 삶] (10) 변화의 바람

"경남대·창원시·부영 함께 대책 내놓아야" 주민들, 적극 대응 다짐

김해수 이창언 기자 hskim@idomin.com 2016년 02월 05일 금요일

다시 찾은 가포5통. 처음 마을을 찾던 날처럼 매서운 바람이 골목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주민들 일상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이들 주소는 가포5통이고 창문 사이로 찬바람 들어와도 바닥만큼은 뜨끈한 '내 집'에서 살고 있다.

그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을 건너편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 설치된 가림막과 더 끈끈해진 마을 공동체다.

가림막이 세워진 거리는 오히려 평온해 보였다. 모래가 가득하고 삭막한 중장비가 오가는 공사현장이 보이지 않으니 한결 깨끗해 보였다. 오롯이 길과 마을만 있던, 주민들이 처음 이곳에 정착했던 때와 흡사하다.

그러나 가림막이 치워질 즈음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이다. 도로는 두 배로 넓어지고 가포5통에 주민이 살았다는 것을 증명해줄 것은 뿔뿔이 흩어진 기억뿐일 것이다.

기획기사 마지막 편을 앞두고 마을회관을 찾아 주민 10여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이 바라는 것이 뭘까.

가포5통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해수 기자

한 주민이 입을 뗐다. "우리는 아파트도 필요 없어요. 그냥 여기서 살게 놔뒀으면 좋겠어"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옳소"를 외쳤다.

분홍색 점퍼를 입은 주민은 "아파트로 가면 지금처럼 다 모이기도 어려울 것 아니야. 밤 11시까지 먹고 떠들지도 못할 거고"라고 맞장구 친다.

흥이 많은 한 주민은 "그래, 우리가 노래 부르면 시끄럽다고 할 거고 손자들 와서 뛰어다녀도 안 되잖아. 여기가 살기는 좋아요"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23살에 이곳에 시집왔다는 한 주민은 이제 70대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자식 뒷바라지까지 하느라 공사장, 식당 등 일 다니다 다리가 망가졌다. 한 번 앉으면 스스로 일어나지 못해 의자에 앉았다.

한 주민은 자식들 모두 출가시키고 인근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함께한 이웃사촌을 잊지 못해 매일 마을회관을 찾고 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주민이 칼 갈 일이 있으면 이야기하라고 했다. 설에 칼 쓸 일이 많을 텐데 남편에게 부탁해보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눈 수술을 한 주민은 장을 보지 못해 이웃에게 부탁했다. 미역이 필요하다고 하자 옆자리 주민이 냉장고에 있는 것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현재 가포5통 통장 시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야기가 나왔다. 통장은 하던 일을 팽개치고 자신보다 먼저 장지에 도착해 있던 주민들에게 뒤늦게나마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5통 한 주택에 널린 빨래가 나부끼고 있다.

김 씨 아저씨 이야기도 나왔다. 마을 주민들 장례를 모두 치러주겠다던 김 씨 아저씨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한 주민이 작은 목소리로 "이제 우리 차례지"라고 한다.

한창 이야기꽃이 필 무렵 통닭 4마리가 도착했다. 오늘은 인근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이 쏘는 날이다. 손녀뻘 기자가 저녁을 못 먹은 것이 마음에 쓰였던지 자꾸 앞에다 끌어다 준다.

가장 큰 화두인 이주 이야기도 나왔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보상, 공동체 유지 등 지금까지 살아온 주민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주민은 말도 없이 땅을 판 경남대, 주민들이 사는 것을 알고도 허가를 내준 창원시, 대화조차 거부하는 부영 모두 문제라고 했다.

그는 "경남대, 창원시, 부영 모두 이익이 있으니까 우리를 희생양 삼아 사태를 이렇게 만든 것"이라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주민은 행정당국에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며 "세금도 내고 투표도 하고 주민등록증도 있는데 왜 시는 우리를 모른 척하고 있나. 돈 없으면 국민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민이 "결국 우리가 똘똘 뭉치는 수밖에 없다"며 "이곳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들과 함께 적극 대응하자"고 말했다.

주민들은 가포5통을 떠나게 될 것이다. 그 시점이 올해 3월이든 6월이든, 더 버텨서 1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자리를 내줘야 한다.

그러나 떠날 때 떠나더라도 공동체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집 걱정 없이 수십 년 진한 우정으로 더불어 살아온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의 바람은 이뤄질 수 있을까. 여기 사람이 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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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에서 경남지역 상장사, 공기업, 대학창업, 여성경제, 유통, 소비자, 마이스/관광 등을 맡고 있습니다. ☞ 연락처 : 010-8560-8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