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망 어두운 조선·기계·금속…정부 위기 벗어날 산업정책 세워야

1. 2015년 3년 만에 적자에서 탈피한 한솔신텍이 국내외 각종 중형보일러 시장에서 잇따라 수주를 따내며 올 연말 잠정 매출액이 3000억 원에 이르렀다. 2000억 원대 초반이던 최대 매출을 단숨에 3000억 원대로 끌어올렸다. 덤으로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2. 지난해 말 매각 발표와 잇따른 인력 감축 등으로 지역사회의 우려를 낳았던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가 매각 뒤 곧바로 실적이 호전됐다. 두산인프라코어 시절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을 내며 사모펀드 혹은 국외 기업 인수로 기술 유출 등 우려를 하던 목소리를 잠재웠다. 내년부터 세계 10위 이내 공작기계업체로 거듭나려는 'fall in ten'이라는 R&D 최우선 전략을 내세워 주목된다.

3. 2014년, 2015년 상반기 다소 주춤했던 두산중공업이 국내외 시장에서 잇따른 수주실적에 힘입어 최근 몇 년간 최대 규모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매출 24조 원에 당기순이익 2000억 원을 기록하며 창원산단 대표 기업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4. STX그룹 해체로 최근 2년간 극도의 어려움을 겪던 STX엔진이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민수·군수 부문 모두 최대 실적을 냈다. 이는 고속 중형 엔진 시장의 성장, 잠수함·군함 엔진 국외 시장이 급격히 살아나면서 맞은 실적 개선이다. 채권단도 "STX엔진은 1∼2년 새 자율협약에서 벗어나 충분히 독자 생존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5. 창원국가산단 대표 자동차부품회사인 센트랄이 매출 2조 원, 세계 100대 자동차부품기업이라는 2020년 달성 목표를 1∼2년 앞당길 태세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신장해 창원산단 효자 기업임을 입증했다.

올 연말 이런 기사들로 지면이 채워진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이 낙관적이며 읽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올 앞선 예측 기사와 달리 올 연초 기업 대상 경기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창원지역 조사 대상 제조업체의 무려 84.5%가 '당분간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답했다.

지난해 12월 말 발효한 한중자유무역협정으로 중저위 이하 기술력이 있는 금속 가공·기계 산업 업체들은 기술력 차는 작으면서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 제품에 언제 밀릴지 모르는 극히 불안한 처지에 놓였다. 한중FTA 발효는 농어촌만이 아니라 주요 제조업종 저위·중저위 기술력 업체에도 크나큰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그뿐인가? 중위·중고위 기술력이 있는 일반기계 산업, 2008년 이후 기술력 축적보다 채권단이 사실상 경영을 좌우하며 규모 축소로만 일관한 도내 중형조선소도 여전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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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위기 상황인데, 박근혜 정부는 갈등 격화가 뻔한 양대 지침을 발표하며 이른바 '노동개혁안'을 내밀었다. 올 춘투가 어느 때보다 격렬해질 듯하다. 한발 양보해 갈등이 더 큰 생산을 낳는다는 게 박 대통령 신념이라면 그것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런데 하나만 묻자. 정부는 지금 위기를 벗어날 산업정책 한 번 제대로 발표했나? 산업정책 부재를 얘기하는 적지 않은 이들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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