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본부 "요구 안해 모두 정리", 선관위 "제출할 법적 근거 없어"…시민단체, 수사 신뢰성에 의문
지난 11일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주민소환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운동본부 측에서는 "경찰 수사 상황에 따라 (전체 51만 4000명인 서명부를) 내놓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 혹은 의혹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셈이다.
이후 시민사회계에서는 '전체 서명부를 확보해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번에 적발된 것 외에 광범위한 부정·불법 가능성이 있기에 '전체 서명부'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찰·선관위 모두 이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 운동본부 측은 지난 21일부로 서명부를 모두 폐기하고 관련 사무실도 정리했다.
교육감 주민소환운동본부 배종천 공동대표는 "중단 선언 후 서명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관위에 물었는데 '제출해도 되고 자체 폐기해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그래도 나중에 뒷말이 나올까 싶어 보관하고 있었는데, 제출 요구가 없어 21일부로 모두 정리했다"고 밝혔다.
운동본부 측에서는 주겠다는데 경찰·선관위에서 그러한 요구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선관위에 책임을 떠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선관위 의뢰로 시작된 수사다. 따라서 증거 업무는 선관위 요청이 있어야 한다. 서명부가 증거 자료로 필요하다면 의뢰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없었다"고 했다.
경남도선관위는 '법적 근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증거물은 법 위반 혐의가 있어야 수거할 수 있다"며 "그런데 (51만 명 전체 서명부가) 불법인지 정상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선관위에서 내놓으라고 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서명부 폐기에 대해 '증거 인멸'을 거론하기도 했는데, 역으로 증거 가치가 있다는 점을 실토한 셈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체 서명부 확보는 경찰·선관위 어느 쪽이든 의지 문제였다는 쪽으로 귀결된다.
이 때문에 애초 제기된 '수사 의지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민사회계는 계속해서 "한낱 의혹 없는 공정한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허위조작서명 진상규명위원회' 김영만 공동대표는 "이렇게 중요한 수사 자료에 관심 두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수사 신뢰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찰은 허위서명 파문 직후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추후 적절한 시점에 중간 브리핑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수사라는 게 원래 그렇듯, 진행 과정 때문에…"라며 당시와는 온도 차를 보였다.
앞서 허위 서명과 관련해 경남도선관위는 지난달 22일 최초 적발 후 6일 후 경남경찰청에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또 이로부터 10일 후 관련자 압수수색을 진행, 증거 인멸 우려를 낳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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