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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받지 못한 삶] (6) 마산지역 빈민 역사

개발 논리 속 쫓겨나는 원주민…해방·한국전쟁·70년대 산업화 역동 세월 겪으며 빈민촌 급증

김해수 이창언 기자 hskim@idomin.com 2016년 01월 22일 금요일

'무허가촌' 가포5통은 한국전쟁 직후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만들어졌다. 그 시절 주인 모를 땅 위에 몸 하나 누일 자리 찾아 헤맨 사람이 어디 그들뿐이었으랴. 가포5통 주민이 겪는 아픔은 마산지역 빈민의 역사. 그 어느 한 곳 즈음이다.

◇두 번의 인구 급증, 빈민촌 시작 = 마산지역 빈민 역사는 두 번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이어져 있다. 첫 번째는 해방과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온 한국전쟁 때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일본에 있던 동포들이 배를 타고 '내 나라'로 향했다. 마산항에 내린 이들 중 일부는 이곳에 뿌리를 내렸다.

곧이어 벌어진 한국전쟁으로 마산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전 국토가 전쟁으로 쓰러져 갈 때 부산과 함께 제 모습을 간직할 수 있었던 곳이 마산이었다. 안전한 곳을 찾아 남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이 마산에 터를 잡은 것이다.

총성을 피해 온 예술가들로 문화는 꽃을 피웠다. 미군이 주둔하면서 술집, 밥집 할 것 없이 창동·오동동 일대가 북적였다. 깡통시장이 만들어진 것도 이 당시 미군 물자가 흘러나오면서다.

경기는 호황이었지만 문제는 주거였다.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난 탓에 집은 턱없이 부족했고 살 곳이 없던 이들은 일본이 버리고 간 창고, 마구간 등 공간만 있으면 비집고 들어앉았다. 공동화장실, 공동수도를 쓰고 골목에서 밥을 지어야 했지만 주거의 질을 따지는 것은 사치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빈민촌이다. 대표적으로 '회원동 500번지'로 불리는 회원동 일대와 '해방촌'이라 불리던 대내동, 자산동, 완월동 등이 있다.

두 번째는 산업화다. 60년대 한일합섬, 한국철강 등 대기업이 들어서고 70년대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기계공업기지가 형성되면서 마산지역 주거 문제는 한계에 다다른다. 넘쳐나는 인구를 담지 못하자 도시는 점점 팽창했다. 이때 개발된 곳이 양덕동, 산호동, 합성동 일대다. 이 지역에 슬레이트집과 공동주택이 촘촘히 생겨났다.

재개발 예정지인 창원시 마산회원구 '회원동 500번지' 일대 골목 모습. /이창언 기자

◇길 잃은 사람들 = 창원 신도시 개발로 마산이 낙후되면서 재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헌 집 주면 새집 준다'는 달콤한 유혹 속에 원주민의 삶은 전혀 배려받지 못했다.

1989년 마산지역 인구는 50만 명을 넘으며 정점을 찍었다. 이듬해 회원구와 합포구로 나뉘었지만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신도시 개발과 일자리 감소로 한때 전국 7대 도시였던 마산은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마산지역이 낙후되고 그 틈에 불어든 재개발 바람은 빠르게 번졌다.

오래된 집을 주면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주민들을 앞세워 재개발에 동참하도록 했다. 재개발이 가장 먼저 손을 댄 곳은 두 번의 인구 증가와 함께 형성된 빈민촌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만들어진 대내동 해방촌에는 주공아파트가 들어섰다. 주변을 둘러봐도 당시 흔적은 온데간데없다. 회원동 500번지 일대에는 제법 빈민촌 흔적이 남아있지만 곳곳에 걸린 재개발 환영 현수막을 보니 그 모습도 곧 사라질 모양이다.

바로 옆 교방동에는 고급 아파트 단지가 우뚝 서 있다. 양덕동, 산호동, 합성동 또한 재개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그러나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개발 논리 앞에 원주민이 설 자리는 없었다. 힘없는 사람들은 경제 논리에 항상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슬레이트집 뒤로 재개발이 끝난 지역의 아파트가 보인다. /김해수 기자

주민들이 살아온 세월, 동네 친구들, 텃밭 등은 보상 목록에 들어 있지 않았다. 작은 땅, 낡은 집만이 그들의 터전에서 '내 것'이라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보상금은 항상 부족했고 '집 팔아 전세도 못 간다'는 외침은 재개발 지역 곳곳에서 비명처럼 울려 퍼지고 있다.

이런 갈등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재개발 지역인 회원2구역 한 주민은 "지난해 12월 관리처분 인가가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주민들은 갈 곳이 없는데 시공사는 하나하나 재개발 절차를 밟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재개발을 한다는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매번 반복되는 문제다. 재개발 반대를 돈 문제 또는 보상에 대한 불만으로만 치부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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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수 기자

    • 김해수 기자
  • 경제부에서 경남지역 상장사, 공기업, 대학창업, 여성경제, 유통, 소비자, 마이스/관광 등을 맡고 있습니다. ☞ 연락처 : 010-8560-8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