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를 지탱하는 근간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신뢰를 들 수 있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사람으로서 기초적인 덕목에 해당한다. 아이들 무리에서도 표리부동한 사람은 따돌림을 당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신의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인 덕목을 대기업 명예회장을 지낸 사람이 내팽개쳤다면 그의 됨됨이뿐 아니라 자신이 몸 담았던 기업의 윤리적 자질에 대해서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상습적으로 일삼는 등 비인격적으로 대했던 몽고식품 김만식 전 명예회장이, 그동안의 행각이 드러나면서 큰 비난에 휩싸이자 피해자 2명을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의 용기로 김 전 명예회장의 횡포가 알려져 파문이 커지자 김 전 명예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사과를 했으며, 피해자들의 복직을 약속했다. 그러나 피해자 중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알렸고 현재는 다른 직장을 구한 사람한테만 직접 사과했을 뿐 다른 피해자에게는 복직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피해자에 따르면 김 전 명예회장의 사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김 전 명예회장이나 몽고식품의 행동은 불매운동이 번져나가자 급한 불을 꺼보려고 피해자들과 소비자들을 기만한 것이다.

국내 기업의 위기대응 태도를 연구한 전문가에 따르면, 위기가 발생하자마자 적극적이고 발 빠르게 대응한 기업은 금전적 손실이나 소비자의 신뢰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대로 소비자의 반응을 과소평가하다 시간을 놓친 기업은 큰 손실을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행기 회항 소동으로 대한항공 조현아 전 상무가 일으켰던 '갑질'의 경우, 대한항공은 빠른 사과나 사태 수습을 게을리함으로써 기업 신뢰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지금의 몽고식품 행태는 대한항공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기업이 흥하는 데는 100년도 모자라지만 망하는 데는 한순간이라는 점을 몽고식품은 깨닫지 못하고 있다. 몽고식품은 향토기업이라는 이름에 값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문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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