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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희망을 전하다 (하) 행복은 받아들임의 차이

김민지 기자 kmj@idomin.com 2016년 01월 05일 화요일

같은 반 친구들은 꿈이 없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른다. 친구들은 "너처럼 제발 꿈 좀 있으면 좋겠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래도 공부는 나보다 잘한다. 친구들이 원하는 직업은 대부분 교사나 공무원이다.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단 부모님이 바라는 것? 주위에서 좋다고 하니까? 정도가 그 이유다. 학교생활은 쉴 틈이 없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학교에 가면 오후 10시에 수업이 끝난다. 그리곤 12시까지 학원에 있다.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SNS하기가 그나마 낙(樂)이다.

나는 김이슬(가명·18)이다. 청소년적십자(RCY) 단원이며 스포츠 마케팅학과에 진학하는 게 꿈이다.

하지만 공기업에 근무하는 부모님은 "여자는 공무원이 딱이다"면서 나의 꿈을 못마땅해하신다. 친구들은 부러워하는데 말이다.

한국인 봉사자들이 건물 벽면을 칠하고 그 위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의 '희망풍차 청소년 멘토링 외국봉사'에 지원하게 된 이유는 틀에 박힌 학교생활 계획표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다. 근데 주위에선 왜 이렇게 걱정이 많은 건지. 말라리아, 파상풍에 이어 IS(이슬람국가)까지 조심하라고 여러 차례 당부 아닌 당부를 했다.

라오스는 낯선 나라다. 최빈국이며 사회주의 국가로 알려졌다. 그나마 지난해 방영된 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의 인기로 라오스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커졌으며 특히 방비엥은 유명 관광지가 됐다고 들었다.

12월 17일 늦은 오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공항 밖 나무에는 조명이 밝혀져 있어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났고, 큰 건물마다 라오스 국기와 망치와 낫이 그려진 깃발이 걸려 있었다. '국민 대부분이 불교 신자라더니'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라오스 통역 자원봉사자가 "12월 2일이 라오스 건국 기념일인데 올해 40주년(1975년)을 맞이해서 성대하게 장식한 거다. 그리고 라오스에는 두 개의 중요한 깃발이 있는데 하나는 국기고, 또 하나는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낫과 망치다"고 설명했다. 실감이 났다.

한국인 봉사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튿날 비엔티안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가량 떨어진 방비엥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처럼 아스팔트 도로가 아닌 울퉁불퉁한 도로여서 몸도 버스 따라 덩달아 덜컹거렸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방비엥에 도착했다. 여느 관광지처럼 게스트하우스, 식당 등이 즐비했다. 하지만 메콩강 지류인 쏭강을 건너니 완전히 딴 세상이었다.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들썩거리는 화려함과 달리 이곳(후아이예 마을)은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후아이예 초등학교. 저 멀리서 두 갈래로 서서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 아이들이 보였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와 라오스 적십자사는 2010년부터 협력체계를 구축했다고 한다. 이후 2012년부터 경남 지역 고등학교와 대학교 RCY 단원이 라오스에 가서 학교시설 개보수 작업 등을 해왔고 무엇보다도 교육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엔 기존 건물이 한 동밖에 없었던 후아이예 초등학교에 교실과 도서관을 지어주고, 유치원을 개보수하는 작업이다.

라오스 적십자사 국제협력 코디네이터 폰다완 씨는 "후아이예 마을은 최근 3년 동안 쏭강이 범람해 고립돼 있었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이유는 재난구호 훈련은 물론 지역민에게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선 노동이라곤, 온종일 책상에 앉아 필기를 했던 게 다다. 이곳에선 밥 먹을 때 빼고는 계속 서 있거나 쭈그려 앉았다. 그리곤 한 손에는 페인트통, 다른 한 손에는 붓을 들고 열심히 페인트칠을 했다.

라오스 전통 치마 '씬'을 입은 봉사대.

사실 한국에선 봉사활동을 단순히 시간 채우고자 한다. 학생회장을 서로 하려는 것도 봉사활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봉사시간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런 애를 볼 때마다 배가 아프다. 하지만 이곳에 있으면서 그런 생각은 "멍청하고 무의미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라오스인을 도우려고 이곳에 왔지만 오히려 라오스인에게 많은 것을 얻었다.

라오스는 새벽마다 주황색 옷을 입은 스님들이 탁발을 한다. 스님들이 소쿠리를 들고 절에서 나오면 사람들은 갓 지은 찹쌀밥 등 먹을 것을 건넨다. 스님들은 각자의 먹을 양을 제외한 나머지 음식은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준다. 나눔이 다시 나눔으로 이어진다. 라오스인은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우리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개척하려고만 한다.

천장 작업을 하고 있는 봉사대.

우리나라 부모는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가족 외엔 아무나 믿지 말라고 한다. 노는 것보다는 공부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편리하고 빠른 게 좋다고 가르친다. 라오스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인 우리를 경계하지 않았다. 우리가 웃으면 그들도 웃었고, 그들이 웃으면 우리가 웃었다. 언어가 달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눈빛으로 수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라오스는 지구 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지만 개인의 행복지수는 높은 나라로 알려졌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돈이 다가 아니다." 이 교과서적인 말을 들을 때면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라오스에서 알았다.

6박 8일 동안 우리는 라오스인과 금방 이웃이 됐다. 헐벗은 형태였던 새 건물 두 개는 하얀색 옷을 입었고 새로운 도서관 건물은 1월쯤 완공된다고 한다. 후아이예 마을 사람들은 우리에게 고맙다고 했다. 아이들이 공부할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까올리(한국사람)를 기억하겠다고 했다.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 이게 곧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 <끝>

후아이예 초등학교 교실. 나무로 만들어진 책상과 걸상 등 단출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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