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고속도로가 확장되고 도로 이름 때문에 논쟁이 있더니 이번에는 통행료 인상으로 또 한 번 주요 이용자들인 인근 시·군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공사이니만큼 준공과 함께 적절한 통행료를 책정하는 것은 당연지사이긴 하다. 하지만 이용자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책정하는 것은 한국도로공사의 독단이라는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신설도로를 비롯해 교량 등 통행료를 받는 거의 모든 시설들이 통행료 과다 징수로 이용자 불만을 샀던 전례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 인근 시·군들이 행정편의주의라며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는 88고속도로는 그동안 통행료를 50% 할인해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고속도로라는 말이 무색한 2차로에다 죽음의 고속도로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던 도로에 정상적인 요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통행료 인상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주요 이용자들의 처지에서 보자면 불편하고 위험한 도로를 이용해왔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88고속도로는 광주와 대구 양쪽 기점 기준으로 승용차에 5800원 요금을 받았다. 한국도로공사의 입장대로라면 확장된 광주대구고속도로는 이보다 갑절이 인상되는 1만 1700원을 내야 한다. 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두 배가 넘는 통행료를 내야 하는 이용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거창군을 비롯한 인근 9개 시·군의회는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항의 방문해 통행료 인상 반대 공동성명서를 전달했다. 이들이 인상안 철회를 요구하며 광주대구고속도로가 영호남 소통의 핵심적 수단이며 아직 마무리도 다 되지 않은 시점에서 통행료부터 올리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도로공사가 경제적인 논리로 통행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납득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속도로 건설 취지와 이용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공사로서의 올바른 처신은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

이용자들도 일방적인 시혜를 바라지는 않는다. 단계적으로 인상하자는 여론에 주목해야 한다. 공급자 맘대로 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다. 한국도로공사가 굳이 반발을 사면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자기편의주의적인 발상은 이제 그만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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