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축장에서 지속·대담한 비전 절실…근시안적 산업 정책과 질 낮은 고용 현실

지난해와 올해 6조 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낸 국내 조선소 빅 3(현대중공업, 경남의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이 적자 대부분이 해양플랜트에서 나왔다. 그래서 과연 해양플랜트 산업이 뭔지, 왜 이런 대규모 적자가 났는지를 추적한 3회(사실상 4회) 기획기사를 냈다.

이 기획에서 지적하지 못한 두 가지가 있다. 도내 자치단체의 근시안적인 산업 정책, 핵심 기술 부족에 따른 비정규직 양산과 질 낮은 고용 문제다.

도내 자치단체들은 너도나도 관련 산업단지와 연구시설 유치에 혈안이었다. 고성군은 기존 조선특구를 조선해양산업특구(조선 + 해양플랜트)로 명칭을 바꿨다. 그런데 최근 대규모 적자 발생 이후 이런 얘기는 쏙 들어갔다. 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 유치는 둘째 치고 특구 내 조선소 중 그나마 가동률이 높던 STX조선해양 고성조선소조차 대형 블록 공장으로 바뀔 처지가 됐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에 들었던 동해면 일주도로는 조선소와 기자재 공장으로 경관을 완전히 망치며 고성 최고 관광 자원 중 하나가 없어졌다. 그런 희생 치고는 참 당혹스러운 현재다. 이 예는 자치단체가 산업 관련 시설을 유치할 때 해당 산업 전망과 미래를 얼마나 꼼꼼하고 깊이 살펴야 하는지 되돌아볼 좋은 '반면교사'다.

국내 대형 조선 3사의 해양플랜트 대규모 적자는 이 산업 전체에서 국내 업체가 어디쯤 있는지 냉정하게 볼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차라리 다행이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근본적으로 과거 유전이 있는 식민지 보유 경험이 있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 중동과 중남미 에너지 자원 강국, 북해 유전 경험으로 각종 엔지니어링 기술을 보유하고 드릴십 대여업체, 핵심 기자재업체가 몰린 북유럽 국가 틈바구니에 놓여 있다. 세계 경제의 가장 밑바닥에서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는 에너지 자원 각축장 속에 이 산업이 있다.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엄청난 세계경제 전쟁, 미국·유럽 메이저 오일사-중동·중남미 에너지 자원강국-북유럽 업체 간 강고한 카르텔을 너무 쉽게 본 측면이 없지 않다.

기본설계 등 엔지니어링 기술과 핵심·주요 기자재 국산화 없이 국내 해양플랜트 산업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년 혹은 15년 뒤라도 이 핵심 기술은 꼭 보유해야 한다. 유전 개발 경험이 없는 국내 업체만을 탓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정말 제대로 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유전 공동 개발 프로젝트 착수 등 정부의 대담하고 지속적인 해양플랜트 산업 정책이 절실하다. 또한, 엔지니어링 기술과 국내 핵심 기자재 기술이 없는 탓에 생산 기간을 미리 예측할 수 없었던 조선사들이 막대한 인력을 양적으로만 투입하며 심각한 비정규직 문제를 일으킨 점도 되새길 점이다. 한 대형 조선소 노조는 해양플랜트에 투입되는 정규직(현장직) 비율이 5%가 채 안 된다는 고백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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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낮은 고용에서 질 높은 고용으로 전환을 위해서도 산업주도권 획득은 필수적이다. 산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 조선 3사도 이전보다 훨씬 질 높은 고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진정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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