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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밑바닥 경제 몰락…정부·도 대책 마련 나서야

[이슈진단]위기의 조선산업 현장을 가다 (5) 취재기자 방담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5년 11월 20일 금요일

조선 경기 침체로 휘청거리는 거제지역을 다녀온 기자 4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들이 털어놓는 솔직한 취재 후기입니다.

- 현장을 다녀온 소회는.

김민지(이하 김):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연결도 쉽지 않았는데, 언론 대응을 조심스럽게 하는 것 같았다. 밖에서는 '불안하다', '몇 명을 자를 것이다' 말이 많지만, 노조에선 그런 표현을 최대한 절제하는 듯했다. 밖에서 봤을 때 불안감이 큰데, 안에서는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삼성중공업도 금방 닥칠 위험은 아니라면서도 역시 표현을 절제하는 게 느껴졌다. 협력업체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사장과 직원들은 힘든 게 피부에 와 닿는다고 하더라. 온도 차가 확실히 있었다."

이동욱(이하 동): "지난해까지 공인중개사들이 호황 덕을 본 것 같았다. 하지만 올 초부터 분위기가 달라지니까 다른 데서 활로를 찾는 듯한 모습이었다. 문 닫는 점포도 늘어 아파트 거래와 점포 거래 모두 안 되는 상황인데, 업계 사람들이 펜션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더라. 모델하우스가 밀집한 상동동에 갔는데, 너무 휑한 땅에 모델하우스 몇 채가 놓여 있는 모습이 딱 거제 분양시장 현실을 대변하는 느낌이었다."

이혜영(이하 혜): "거제도 양극화가 심한데, 양정동이나 수월동 등 부자 동네에선 수입이 줄고는 있지만, 주변에 구조조정된 사람이 없어서인지 갑자기 느끼는 불황은 없다더라. 상인들한테 거가대교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울타리 내에 있었던 사람들이 왕복 1시간 30분이면 부산을 왔다갔다하니까, 거제 상권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조선소가 안 좋아지면서 이중 타를 맞아 문 닫는 사람이 많았단다. 또 아주신도시, 상동신도시로 인구가 분산돼 옥포 인구가 확 줄었다. 기존 상권을 어떻게 살린 것인가 고민은 없고, 신도시만 개발하는 상황 때문에 상인들이 힘들어한다."

이시우(이하 이): "조선소에 물량팀이라고 사내 하청이 있다. 여기서 일하는 유입 인구, 주소 이전을 하지 않은 이들이 대거 나갔다. 최소 3만~4만 명 나갔으니까 원룸 공실률이 30%까지 되고, 음식점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현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1차 협력업체 줄도산 가능성이 크다. 조선기자재업을 하던 사람들이 다 해양플랜트로 전환했지만, 일감은 없고 예전보다 단가는 내렸다. 1차 벤더도 갑갑한데, 2차 벤더도 같이 날아간다. 1차 벤더 하나에 사내 하청으로 10~15개 2차 벤더가 있는데, 그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위기의 조선산업 현장을 가다' 취재팀. 왼쪽부터 김민지, 이동욱, 이시우, 이혜영 기자가 취재 뒷 얘기를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거제에서 자구 노력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 "거제시가 지역경제 살리기 종합 대책을 냈더라. 중기 자금 지원 등을 빼고는 큰 것이 없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뭔가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본격적인 포비아(특정 대상과 결부돼 느끼는 공포감)가 시작된 시기다. 그래서 시, 상공회의소, 시민단체 2곳도 가봤지만, 대책 세울 판단을 못 하고 있었다. 거제시도 2017년 해양플랜트가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답하면서도 솔직히는 모르겠다더라. 대우와 삼성, 양 사가 해양플랜트 분야가 전체 매출 60%를 넘었다는데, 그 미래를 예측 못 해 답답해하고 있다."

혜: "상인들의 자구 노력이 있는지 살펴봤지만, 조선소 직원들의 임금 형편이 나빠지면서 직원도 소비를 줄이고 상인도 소비를 줄이고 악순환이었다. 예전에 함께 배불렀던 조선소 사람들이 어려우니 우리도 어쩔 수 없지, 하고 현실에 수긍하며 소극적인 모습이더라. 상인들이 모여 이벤트를 마련하거나 쿠폰 등을 만들어 일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그 대상자인 조선소 사람들이 지갑을 닫았기 때문이다. 조선소 사람들 말고는 다른 소비층이 없다."

동: "시한폭탄이 있는 것을 다들 알지만, 터지기까지 2~3년이 남은 것처럼 받아들이는 듯했다. 공인중개사들이 펜션 등에 관심을 두는 상황에 기폭제가 거제시 학동 케이블카 사업이라고 하더라. 거제시도 나름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 같다. 조선만으로 먹고살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으니 관광산업 쪽에서 파이를 키우려는 듯한 모습인데, 어차피 케이블카 사업만 해도 찬반이 나뉘어 잘 추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아파트 입주 등 움직임이 있을 시기가 2017~2018년인데, 조선업 경기가 살아날지 주목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그래서 자구 노력도 아직 적극적이지 않은 단계인 것 같다."

김: "부실 경영 때문에 조선업이 더 힘들어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대형 조선사 경영진이 실적 부풀리기보다 공정한 경쟁 체제에서 정직한 경영을 했으면 한다. 하청 업체 노동시장은 유연화돼 있다. 2000~2013년 직영 인력은 3만 6000여 명으로 큰 변화가 없는데, 사내 하청 인력은 2000년 2만 6000여 명에서 2013년 11만 4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렇다 보니 조선업 노동자도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해하고, 기술력에 발전은 없는 상황처럼 보인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

- 정부와 경남도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나.

김: "중소형 조선사에서 4년 전부터 정부에 대책을 요구했지만, 얘기만 듣고 별다른 액션이 없었다고 한다. 장기적인 생존 전략으로 기술력이 없는 중소형 조선소에 기술개발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중소형 조선사들은 R&D(연구·개발)에 투자할 돈이 없고 단순 일하기에 바쁘다고 한다. 중소형 조선소 세제 지원도 부족하다고 한다. 경영진과 노조는 투명경영을 해야 한다."

동: "해양플랜트 산업을 계륵이라고 해야 하나. 버리고 갈 수도 없고, 계속 쥐고 가자니 손실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 기자재 국산화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는데,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궁금하다. 스마트십, LNG선박 등이 대안처럼 언급되던데, 정부도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경남도 미래 50년 핵심전략산업에 조선과 해양플랜트가 들어가 있지만, 큰 그림만 있고 업계에서 알아서 성장하라는 느낌이 강한 것 같다. 경남도가 세밀한 전략을 경남테크노파크나 경남발전연구원을 통해 다양하게 내놓으면 좋겠다."

혜: "영세한 개인 소상공인이 많다. 전통시장이 거대 유통망에 휘둘려 매출이 내려가고, 갖은 지원 대책에도 활성화가 안 되고 있지 않나. 이 문제와 비슷한 것 같다. 소상공인 지원책은 뾰족한 방법을 찾기는 어려운 것 같다. 대우조선해양에서 퇴사한 분을 만났는데, 이분은 처음으로 상인 입장이 돼 느낀 점이 많았다. 거제가 관광 도시라지만, 대표 먹거리도 개발 안 돼 있고, 행정도 이런 지원을 소극적으로 하고 조선소만 바라본 게 아닌가 싶다. 상인 목소리부터 듣는 자리를 마련해 의지를 키워줄 수 있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 "조선산업에서 이른바 좋은 일자리, 정규직은 10%밖에 안 된다. 거제는 고용의 지옥 같은 곳이다. 지금까지 조선산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따져보면, 결국 90%의 안 좋은 일자리가 10%의 좋은 일자리를 받친 것뿐이다. 이 같은 고용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선산업의 어마어마한 버블을 짚을 시기가 됐다. 우리나라 빅3 조선사의 고부가 상선은 지금도 지표를 보면 월등하다. 상선 부문 경쟁력은 아직 독보적인데, 매출 60%를 차지하는 해양플랜트를 어떻게 볼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 이 산업의 미래를 논하지 않고 무엇을 이야기하겠나. 해양플랜트에 관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기다. 중형 조선소들은 쉽게 버리는 산업 정책을 쓰지 않을까 걱정이다." <끝> /정리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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