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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장승

[2015 이야기 탐방대]사천만 일대 갯벌과 가산리 석장승을 둘러보고

한승지(청소년신문 <필통> 기자·진주여고 1학년) webmaster@idomin.com 입력 : 2015-11-17 16:18:06 화     노출 : 2015-11-17 16:18:00 화

“비나이다. 비나이다 우리 서방 조심히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비나이다. 비나이다.” 라고 간절히 소원을 드리고 있을 것 같은 곳이다. 옛날부터 우리나라는 나무·물·산 등 각각의 신이 있다고 믿어왔다. 또한 각각의 신에게 비는 소원은 저 마다 다르다. 우리 아이 병낫게 해주십시오, 아들 낳게 해주세요, 전쟁 나간 남편 잘 돌아오게 해주십시오 등 여러 가지 소원을 나무 앞에 돌을 올려놓고 소원을 비는 모습을 사극 드라마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드라마를 좋아해서였던지 이상하게 석장승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지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지브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알 것이다. 센은 부모님과 이사한 집을 찾아가던 중 길을 잘못 들어가게 된다. 아빠의 호기심 때문에 잘못 들어선 길을 가게 된 센은 이상한 기운을 뿜는 어느 낡은 터널 앞에서 멈춘다. 터널까지 오는 길에 있던 여러 가지의 돌상들과 닳은 돌상이 멈춰선 터널 앞에도 놓여 있다. 센이 그 돌상 앞에 섰을 때 이런 기분 이었을까? 나도 지금 이사 가는 중이라 생각이 난 건지 앞으로 살게 될 마을 입구에 세워진 석장승을 빤히 보고 있으니 ‘센이 이런 기분 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깨비처럼 생겨서인지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호기심을 불러오게 하는 모습이다.

돌장승을 빤히 보고 있으니 아빠가 어렸을 때 할머니 말 안 들으면 석장승이 잡아간다고 했었다면서 아빠가 석장승을 무서워하지 않을 나이가 되었을 때쯤에는 석장승을 도둑맞아 지금의 돌장승은 새로 만든 것이라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또 돌장승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아주 오래 전에는 뱃일을 하는 사람들이 조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던 곳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 또 이상한 것은 맞은편에 똑같은 돌상 한 쌍이 더 있다는 것과 여기서 차를 타고 몇 분만 가면 똑같이 생긴 석장승 2쌍이 더 있다는 것이다.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상한점이 많은 돌장승이다.

할머니의 병간호 때문에 결국 우리 가족은 귀농을 선택했고 이사를 왔다. 할머니와 부모님이 담소를 나누는 틈을 타 조용히 나와 돌장승이 있던 곳으로 갔다. 노부부인 듯 할아버지 한 분과 할머니 한 분이 돌상 밑 주춧돌에 앉아 계셨다. 혹시 할머니 친구 분이신가 하는 생각에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셨다. “혹시 저 앞에 집에 사는 할머니 친구 분이세요?” “돌장승 할아버지라고 부르면 된단다.” 동문서답이다. 일단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이내 대화가 끊겼고 나는 왠지 모르게 뻘쭘해져서 휴대폰만 만지작댔다.

“예전에는 여기서 소원을 비는 사람 참 많았단다.”라며 돌장승 할아버지가 먼저 입을 여셨다. 돌장승에 대해 궁금한 게 참 많았었지. 궁금했던 점들이 순간 머릿속을 휙 지나갔다. 돌장승이 왜 여기 있는지, 왜 돌로 만들었는지……. 할아버지께서는 내 머릿속 궁금증들을 읽으셨다는 듯이 “여기에 돌상이 왜 있는지 궁금한 모양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오래 전에는 이곳이 조창(漕倉)이었단다. 그때는 사람도 참 많이 다녔지”라며, 이미 간척이 되어버려 지금은 바다였다는 흔적을 볼 수 없이 밭이나 논으로 변해 버린 곳을 보며 말씀하셨다. 어딘가 허전해하하시는 표정을 보고 덩달아 나도 같이 무언가에 허전함을 느끼는 기분이 되어버렸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만큼 마마·마진·문둥병 말고도 역병(疫病)이 돌까봐 마을 입구에 이 석장승을 세워두고 나쁜 것들이 겁먹고 달아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단다.” 석장승 할아버지는 순간 아주 잠시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주변에 바다가 많은데 하필이면 왜 여기에 조창이 생긴 거죠?” “바다야 이 주변에 많기야 많다지만 물이 얕다보니 여기만큼 곡식을 나르기 편한 곳이 없단다.” 물이 얕은 것과 나르기 편한 게 뭔 관계지? 라고 잠깐 생각을 했다. 그러다 옛날에는 물이 얕아야 바람을 타고 다니는 배가 잘 다닐 수 있었다고 국사 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났다. 문득 휴대폰을 보니 6시였다. 분명이 할아버지와 이야기 몇 마디 안한 것 같은데 벌써 6시다. 집에 말도 안하고 나왔는데 걱정하실까봐 할아버지께 질문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꾹 참았다. “할아버지 저 시간이 늦어서 가봐야 될 것 같아요. 내일 떠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일단 뛰었다. 간간히 뒤를 돌아보았으나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보이지 않았다. 덩그러니 남은 석장승 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2015년 10월 18일 사천만 일대 갯벌과 가산리 석장승을 둘러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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