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 경영손실 해법에 촉각·우려…"납품가 인건비도 안돼, 더 내리면 줄도산"

"조선·해양플랜트 빅 3(현대중·대우조선·삼성중)의 손실 규모가 워낙 크니까 묻혀서 그렇지 조선기자재, 특히 해양플랜트 기자재업체는 고사 직전이다. 납품 단가를 더 내리면 연쇄 도산할 처지다."

지난 14일 만난 사단법인 한국해양플랜트전문기업협회 조국희 회장 어투는 단호했다.

이 협회는 지난 2011년 11월 회원사 간 협업으로 국내 조선·플랜트 분야 기업을 해양플랜트 전문 중견기업으로 육성해 해양플랜트 산업 생태계 조성과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창립했다. 협회는 2·3차 벤더를 포함한 도내 해양플랜트 관련 협력업체는 1300여 개, 이 중 협회 가입 사는 169개사라고 했다. 대부분 조선·육상플랜트 기자재에서 해양플랜트 기자재로 업종을 전환한 업체들이다.

조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1981년 입사해 상무·전무, 생산부문장과 혁신총괄장,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인 신한기계 대표이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조선해양플랜트 전문가로 손꼽힌다.

조 회장은 "빅 3사, STX조선 납품 단가는 지금도 우리 회원사 인건비에도 못 미칠 정도로 바닥이다. 제3국 인력을 쓰고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기존 보유금을 까먹거나 빚을 내며 겨우 버티고 있다"며 "납품 단가를 더 내리면 기자재 납품업체가 먼저 쓰러진다. 그렇게 되면 선주사가 요구한 납품 기간을 맞추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기자재 업체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대형 조선사 대규모 손실을 두고는 지금이라도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 당국이 반성하고 정책 방향을 다시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회장은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고 조선소 직원들은 다 예측했다. 주 채권단이 예측 못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이유는 크게 세 가지라고 했다. 빅 3사가 과도한 수주 경쟁을 벌여 메이저 오일사와 국책 에너지기업이 대부분인 해양플랜트 선주사와 불평등한 계약 결과, 셰일오일·가스 상용화 등으로 하락은 예상했지만 배럴당 40달러선으로 예상을 크게 벗어난 유가 급락, 극히 낮은 기자재 국산화율(20%) 등을 꼽았다.

더불어 빅 3사 모두 사내 협력업체 중심으로 생산하며 현장 생산성 향상을 꾀하지 못한 점도 주요 원인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조선업에서 일본을 넘어선 건 생산직 직원의 급격한 기능 향상 덕이었다. 대형 조선사들이 노동쟁의를 격렬하게 겪고서 90년대부터 신규 생산직을 거의 안 뽑았다. 생산은 사내 협력사 직원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제대로 된 협력사 정책도 없었다. 생산직의 노동생산성 정체도 무시 못 할 원인"이라고 했다.

조 회장은 현재 위기를 이유로 해양플랜트 산업을 버리면 더 큰 위기를 부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조선·해양플랜트는 몇 년 전만 해도 경남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했다. 그중 절반 이상이 해양플랜트였다. 어느 산업에서 그만한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겠는가. 이젠 선주사에 요구할 건 요구하는 대등한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유가는 언젠가는 오르고, 오래된 설비도 교체해야 해 생산 물량은 분명히 있다. 지금 털 것은 털고 연구개발을 강화해 낮은 기자재 국산화율 제고 등의 정책을 짜야 한다. 정부와 대형 조선사들이 위기 타개책을 세울 때 지금 가장 고통받는 기자재 업체를 향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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