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농협 감사는 왜 횡령 잡아내지 못했나

농협 감사 시스템에서는 왜 횡령이나 대출금리 조작 등을 미리 감지하거나 적발하지 못했을까.

농협중앙회는 농협법에 따라 회장 소속으로 회원 업무를 지도·감사할 수 있는 '조합감사위원회'를 둔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5명이 있고, 그 아래 사무처가 있다.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사무처, 일명 '조감처'다. 조감처는 도별로 검사국을 두고 있다. 이를테면 농협중앙회 경남지역본부에는 조감처 경남검사국이 있다. 경남검사국 직원의 얘기를 들어봤다.

◇경남지역 농협 수난사 = 함양농협에선 한 직원이 26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2002~2007년 가공사업소 물품 구매 업무를 맡으면서 가상의 업체를 만들어 전산을 조작해 물품대금을 챙긴 혐의다. 그런데 농협 자체 재고 조사에서 이를 적발하지 못했다.

지난달 말에는 대출금리를 조작해 11억 8000만 원 상당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로 남창원농협 백승조 조합장이 구속 기소됐다. 같은 혐의로 전 상임이사도 구속 기소되고, 가담한 전 신용상무 등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조합장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재판에 넘어가면서 남창원농협은 조합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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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조합장이 대출금리 조작으로 구속된 남창원농협./김구연 기자

지난 9월에는 하동 화개농협에서 농산물 외상 거래로 속여 고액을 가로챈 의혹이 불거졌다. 53억 원대 손실이 발생해 담당자와 조합장 등 14명이 사기 또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는 5월께 농협 경북지역본부 교차 감사 과정에서 밝혀졌고, 담당 직원 해직과 조합장 등 6개월 업무정지 처분으로 이어졌다.

1월에는 하동농협 한 지점에서 기능직 직원이 21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농기계수리센터 전산 업무를 맡던 이 직원도 농기계를 사들인 것처럼 전산망에 허위 입력하고, 물품대금을 챙긴 혐의였다.

◇"내부 인지 시스템 갖추고 있다" = 조합 감사는 2년마다 이뤄진다. 재산과 업무 집행 상황 등을 살피는데, 공정성을 위해 지역별 교차 감사도 진행된다. 경남지역 한 농협이 올해 경남검사국 감사를 받았다면, 2년 뒤에는 다른 도 검사국 감사를 받는 형식이다. 횡령이나 손실 사고 등이 있을 때는 특별감사를 벌이기도 한다.

왜 감사에서는 횡령 등 문제를 미리 못 잡아냈을까. 우선 감사 과정에서 허위 서류 제출을 의심하지 못했다.

경남검사국 관계자는 "남창원농협 건은 730명가량의 금리 변경 동의서를 확인했는데, 일부는 고객에게 받은 것이지만, 위조가 섞여 있었다"며 "일일이 확인이 어려웠고, 직원들이 제출한 서류가 진짜라고 믿고 감사가 이뤄졌다. 허위 서류 제출만으로도 문책이 되기 때문에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고 해명했다.

계속된 횡령과 전산 조작 등 문제에는 개선책을 찾는 중이다. 이 관계자는 "함양농협 건에는 재고 조사가 정확성을 갖추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쌀이나 잡곡 등은 워낙 많은 양이고, 측정할 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자체 재고 조사에서 알아차리지 못했다"면서 "조합별로 매출, 재고량 변동, 사업별 특성 등을 사전에 점검해 위험 유형을 분류하고, 조합에서 미리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가고 있다"고 전했다.

농협 직원으로서 깨닫는 점도 토로했다. 그는 "안 좋은 사건이 일어나면 일반 국민이나 조합원들이 모든 농협 직원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볼 때 안타깝다. 협동조합 정신에 비춰봐도 잘못된 모습이다"며 "인력 보강보다 직원 도덕성 강화 교육이 우선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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