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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지자체 촘촘히 누벼야 명품 탄생

[지역을 살리는 힘 '브랜드'] (3) 통영 '누비'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5년 10월 08일 목요일

통영 '누비'가 브랜드로 다시 태어나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통영시는 지역 누비 장인과 경남지식재산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한 '통영누비 브랜드 가치 제고사업 착수 간담회'를 열었다. '통영누비'에 대해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등록을 추진했던 것이다. 2009년 말 이는 결실을 봤다. 이처럼 품질 등이 뛰어난 지역 특산물을 두고 생산 또는 가공한 지역 이름을 붙여 상표로 등록하면, 그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 통영 누비가 지역 특산 브랜드로 첫걸음을 뗀 셈이었다.

하지만 '통영누비' 브랜드화는 이것이 거의 전부였다. 지역 누비 장인들의 도움으로 누비 제품 생산은 저소득층과 결혼이주여성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졌다. 그러나 그 주체가 나뉘어 있고, 역량도 분산돼 있다. 이를 한데 묶어주는 힘 있는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다.

'타래' 누비 공방에서 누비 제품을 만드는 모습.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통영누비 세계적 브랜드 가능" = '통영누비' 지리적표시 단체표장 출원을 이끌었던 사단법인 통영누비조합을 만나봤다. 통영누비조합은 20년 전 친목 교류로 출발했던 단체다. 한때 통영누비협회로 16명까지 활동했지만, 7년 전에 통영누비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했다. 세상을 떠나거나 사업을 그만둔 이들이 있었고, 현재 12곳 업체가 속해 있다. 대부분 경력이 30~40년. 2대째 이어가는 집안도 있다.

통영누비조합은 '통영누비' 브랜드화를 위해 지리적표시 단체표장뿐만 아니라 상표 등록도 추진했다. 2013년 등록된 이 상표에는 '통영누비'라는 글자에 장수,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박쥐 문양을 함께 넣었다. 아울러 오행(五行) 각 기운과 직결되는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 등 오방색을 썼다. 조합 회원들이 만든 상품에는 이 상표가 지퍼 등에 달렸다.

통영누비조합 박순이(55) 총무 이야기다. "지리적표시 단체표장과 상표 등록은 회원들끼리 모여 통영 누비 발전 방안을 논의하다가 추진된 일이다. 마산상공회의소와 특허청 등에 묻고 또 물어 진행했는데 보람이 있었다. 이 마크가 없으면 조합 업체가 제작한 물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뢰도를 높이려면 이 같은 방법이 적절하다 판단했다."

조합 회원들은 통영 누비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데 손색이 없다고 본다. 누비 자체가 가볍고 세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데다 천과 천 사이에 솜을 넣어 촘촘한 바느질까지 많은 땀과 정성이 들어간다. 무엇보다 이불, 방석, 베개 등으로만 만들어지던 것이 가방, 지갑, 파우치, 명함 지갑 등으로 탈바꿈해 더욱 일상 가까이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걱정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다. "중국 등에서 생산되는 복제품이 염려스럽다. 너무 싸게 팔리니까 덩달아 통영 누비까지 경쟁력을 잃을까 우려가 생긴다. 서울 인사동 등에서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누비 파우치가 3000원에 팔린다고 들었다. 우리가 만든 것은 1만 원에서 1만 5000원인데, 3분의 1로 싸게 팔아버리는 것이다."

'통영누비' 가방과 소품을 비롯해 나전칠기 함, 장석 등을 판매·전시하는 공간인 통영전통공예관에서 만난 통영누비조합 회원들.

◇통영누비 도약하려면 = 통영누비조합은 지난해 행정자치부 지역 향토자원 육성사업에 선정돼 전시·판매장 오픈을 추진 중이다. 통영누비조합 정철규(63) 회장은 "회원들이 작은 가게에서 진열하고 판매도 하고 있지만 이걸로는 '통영누비'를 알려내는 데 한계가 있다. 관광객이 제품을 믿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여건이 되면 재봉틀을 여러 대 두고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할 고민을 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도 호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하드웨어 구축 말고 중요한 것들이 있다. 특히 통영 누비는 기술자 양성과 배출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누비는 색감, 원단 선택부터 디자인까지 중요한 과정이다. 그래서 전문교육이 필요하다. 기술자 양성·배출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전통 방식대로 홀로 아니면 부부끼리 해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예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인식 아래 기술 전수와 인력 배출에 많은 지원이나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통영 누비 활성화는 곧 지역사회 이익 창출로 이어진다."

'타래' 누비 공방에서 누비 제품을 만드는 모습

통영누비조합을 비롯해 통영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통영 가온누비', 결혼이주여성 일터로 이름난 통영지역 사회적기업인 '민들레누비' 등 통영에 있는 누비 생산 주체들의 상생도 필요해보인다. 그런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통영시에는 누비 관련 담당 과가 여러 개로 나뉜 실정이다.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은 일자리 또는 복지 담당 부서에서 맡고 있고, 통영누비조합은 문화예술과가 담당 부서다. 통영누비조합 회원들은 "지금은 함께 윈윈하는 것이 아니라 통영 안에서 경쟁하는 국면인 것 같다. 누비 업체 대부분이 영세한 사정인데, 시너지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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