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지난 23일 '노사정 대야합'에 항의하며 집회 및 시위를 벌이던 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들을 도를 넘는 방법으로 강경 진압하고 수십 명을 연행하면서 이 과정에서 기자들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했다.

오후 6시께 집회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갑자기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며 시위대를 차도에서 인도로 밀어올렸고, 인도로 올라온 뒤에도 재차 서울 광화문광장 앞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로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한겨레신문 김규남 기자(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 조합원)는 동영상 촬영을 위해 세종문화회관 계단 끝까지 올라가면서 취재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 수십 명이 따라오며 방패로 거칠게 밀고 급기야 김 기자를 둘러싼 채 목을 조르고 찰과상을 입히는 등 야만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경찰이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민주노총 주최 집회를 취재하던 〈한겨레〉 김규남 기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 /<노동자연대> 이미진 기자

김 기자는 방패로 거칠게 밀치는 경찰들에게 "취재 중인 기자"라고 명백히 밝혔음에도 경찰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이를 지켜본 동료 기자들과 시민들이 합세해 경찰에 항의하면서 "한겨레신문 기자"라고 재차 밝혔고, 경찰은 그제서야 김 기자를 풀어줬다.

경찰은 또 시위 도중 쓰러진 여성을 취재하던 <민중의 소리> 사진 기자를 강압적으로 연행하려다가 주변에 있던 동료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풀어주기도 했다.

경찰의 과잉·강경 진압으로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니라 '노사정 대야합'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박근혜 정권의 주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취재 중인 기자라고 신분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강압적이고 폭력적 연행을 시도한 것은 정권을 향한 경찰의 과잉 충성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시위대에 대한 폭압적 연행과 기자 폭행 등 군사독재정권 치하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아직도 버젓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경찰의 이런 야만적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지휘 및 현장 책임자를 즉각 처벌하라. 그리고 시위 참가자와 피해 언론인들에게 과잉진압에 대해 공개사과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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