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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키운 캐릭터, 일본 넘어 전세계서 인기

[지역을 살리는 힘 '브랜드'] (2) 일본 '구마몬'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2015년 10월 01일 목요일

'구마몬'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만든 캐릭터 브랜드다. 볼에 홍조를 띤 검은 곰 모습이다. 구마몬이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구마모토현 영업부장이라는 직책이 있는 이 캐릭터는 일본 전역을 넘어 이제 세계 곳곳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올해만 이탈리아, 프랑스, 대만, 타이, 인도네시아 등 10곳을 방문하고 있다. 홍보를 위해 직접 찾기도 했지만, 초대받은 곳도 있었다.

◇"실제 구마몬 보러 왔다"

구마모토 시내에서 60년 역사로 가장 오래됐다는 쓰루야(Tsuruya)백화점 별관에는 '구마몬스퀘어'가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3시께 구마몬스퀘어에는 아이부터 머리 희끗희끗한 어르신까지 모여들었다. '실제 구마몬'을 보기 위해서다. 구마몬이 등장해 사회자 설명과 노래에 맞춰 율동을 했다.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구마몬의 작은 몸짓도 놓치지 않으려고 남녀노소 사진 찍기에 바빴다. 매주 월·금요일 한 차례, 토·일요일과 축제 기간·여름방학에는 매일 두 차례 이 같은 구마몬과 팬들의 만남이 이뤄진다. 입장료는 없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찾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일본인뿐 아니라 중국 등에서 온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지난달 14일 일본 구마모토현 쓰루야 백화점 별관 '구마몬스퀘어'에서 열린 공연 모습.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도쿄에 사는 아베 다쿠야(29) 씨 부부도 "진짜 구마몬을 보러 왔다"고 했다. "2~3년 전부터 구마몬을 알고 있었다. 구마몬은 매력이 있고 귀여운 캐릭터다. 규슈 일대를 여행 중인데, 구마몬을 보러 일부러 이곳을 찾았다. 다음에 시간이 되면, 아이를 낳고 나서도 함께 와서 보고 싶다."

구마몬스퀘어 무대 옆에는 구마몬 영업부장실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구마몬을 잠시 만날 수 있었다. 최근 국외 진출에 관한 소감을 묻자 "여러 군데를 갈 수 있어서 최고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사회자가 대신 답해줬다. 구마몬은 말하지 못하고 동작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구마몬 탈을 쓴 사람이 누구일까?"라는 호기심은 접어둬야 한다. 이곳 사람들은 구마몬을 실체로 받아들인다. 구마몬이 누구냐고 질문했지만, "미키 마우스에게는 그런 것을 안 물어본다"는 답이 돌아왔다.

구마몬스퀘어 안에는 공책, 볼펜, 말기름, 티셔츠, 텀블러, 머그잔, 부채, 인형, 목욕바구니, 수건, 전통 수공예품 등 구마몬을 적용한 다양한 상품이 판매된다. 구마몬스퀘어는 구마모토현에서 외부 업체에 위탁해 경영하고 있다.

쓰루야백화점 본관 지하엔 식품 매장이 있다. 과일은 물론 두부, 유부, 이 지역에서 유명한 말고기, 근처 아소산 물로 만든 생수, 버터, 라면 등 수많은 상품에 구마몬 캐릭터가 붙어 있었다. 심지어 쓰루야백화점 직원 배지에도 구마몬이 적용돼 있다. 전통과자, 쌀로 만든 술, 견과류 등이 있던 구마모토현 선물 코너에도 구마몬이 없는 상품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구마모토현 나루오 과장.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구마몬 = 안전·안심

일본 도로를 달리다 보면 '미치노에키'라는 곳이 종종 나온다. 보통 뒤에는 지명이 붙는다. '길의 역'이라는 뜻인데, 휴게소를 겸한 지역 특산물·농산물 직판장이다. 특히 이곳 주민들에게 '미치노에키'는 신선 농산물을 싸게 파는 곳으로 인식된다.

지난달 15일 미치노에키 시스이 양생시장에 들렀다. 후쿠오카 시내에서 180~200엔이라는 파 5개 묶음이 여기서는 120엔이었다. 농산물에는 현지 생산자 이름이 적혀 있다. 구마몬 캐릭터와 함께 '안전·안심 구마모토 그린농업을 응원한다'는 선전 문구도 볼 수 있었다. 이는 구마몬이라는 캐릭터 브랜드가 지역 경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구마모토 그린농업이 친환경이나 유기농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농약이나 화학물질을 쓰지 않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구마모토 시내에서 온 주부 다가와(55) 씨는 "근처에서 포도와 사과 따기를 체험하고 온천에도 들렀다. 미치노에키는 믿을 수 있는 곳이어서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산물에 구마몬이 붙어 있으면 신뢰할 수 있다. 또 우리 지역인 구마모토에서 생산한 것이기에 응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마몬 부장 사무실 모습.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구마몬의 탄생

구마모토현청 구마모토브랜드추진과. 사무실 입구부터 내부까지 구마몬 캐릭터로 장식돼 있고, 각종 상품이 진열돼 있다. 모두 16명이 일한다는 이곳 최고 책임자인 나루오 마사타카 과장을 만났다.

구마몬 탄생은 뜻밖의 일(Surprise)이었다. 2011년 규슈 신칸센(고속철도)이 개통하면서 많은 사람이 이 지역으로 올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종착역은 구마모토현 남쪽 가고시마현이었다. 구마모토역이 통과 역이 되면서 지역에서 위기감도 커졌다. 이대로 지역은 물론 지역 경제가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 어떻게 하면 구마모토를 전국으로 알려내고 구마모토현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됐다.

"구마모토현이 처음부터 구마몬 캐릭터를 만들 생각은 아니었다. '구마모토 서프라이즈(Surprise)'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벌어진 주민 캠페인이 먼저였다. 구마모토를 방문한 이들을 극진히 모시겠다는 뜻이다."

구마모토현청은 구마모토 출신 유명 방송작가인 고야마 군도 씨에게 이 캠페인 로고와 디자인 등을 의뢰했다. 그런데 고야마 군도 씨는 지인이자 디자인 전문가인 미즈노 마나부 씨에게 이를 다시 부탁했다. 그는 캠페인 로고와 함께 검은 곰 캐릭터까지 만들어줬다. 로고만으로는 부족하고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제안에 구마몬이 태어날 수 있었다.

구마몬 기념품 가게 전경.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지역 대변하는 구마몬

구마모토현청에서는 의견이 갈렸다.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받아들이자는 이들이 있었지만, 실제 곰이 존재하지도 않는데 왜 캐릭터를 써야 하느냐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 결국 구마모토현 가바시마 이쿠오 지사가 당시 구마몬을 마음에 들어 했고, 사업은 수월하게 추진될 수 있었다.

구마모토현은 농촌이어서 민간보다 행정 리더십이 강하다. 행정이 주도하면서 주민들도 구마몬 전파에 동참하게 됐다. 또 구마모토현은 일본 도·부·현 등 전국 행정구역 47곳 가운데 농업 생산액이 전국 5위다. 오토바이와 자동차 산업, 관광 등으로도 먹고살지만, 귤·수박·토마토·가지 등 주산지다. 토마토는 구마모토현이 일본 내 생산량 1위다.

이 같은 지역 특성이 구마몬 캐릭터에 담겨 있다. '구마몬' 이름은 사람을 뜻하는 지역 사투리인 '몬'을 써서 구마모토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친근감을 주는 애칭이다.

검정 몸은 역시 검은색을 나타내는 지역 유명 관광지인 구마모토성과 아소산을 의미하기도 한다. 빨간 볼은 아소산에 방목하는 소의 빨간 속살, 수박 속과 토마토, 붉은 생선 등을 상징한다. 이처럼 캐릭터 브랜드와 지역 산업을 연관시켜 홍보하는 전략이 뛰어나다. 더구나 지역을 상징하는 캐릭터 브랜드가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진 것은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종합 행복지수 극대화"

구마몬은 구마모토현에서 지사와 부지사 다음 직책인 부장을 맡고 있다. 국·과장보다 상급 직책이다. 구마모토현청은 구마몬으로 영업활동을 했지만, 처음부터 흔쾌히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그러다 오사카에 있는 제과회사 UHA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구마모토현 한 오렌지 종류를 재료로 사탕을 만들었다. 동시에 구마몬 캐릭터를 사용했다. 구마모토현청은 지역 과일을 홍보할 수 있었고, UHA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캐릭터를 무료로 써서 서로 이득이 됐다. 2011년 10월 시작한 구마몬의 영업은 2012년 3월 상품이 나와 마트 진열대 등에 오르면서 결실을 봤다. 그 사이 구마몬은 전국 아마추어 지역 캐릭터 그랑프리대회에서 1등에 올라 차츰 이름을 알려나갔다.

무엇보다 구마모토현청은 기업이든 지역민이든 구마몬 브랜드를 사용하는 데 로열티(특허나 상표 사용료)를 한 푼도 안 받는다. 다만 식품에는 구마모토현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을 쓰도록 유도한다. 또 식품이 아닌 각종 제품에는 구마모토현 내 관광지나 작은 지역을 홍보하는 사진 등을 게재하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구마모토현은 지역을 알리며 농산물도 팔 수 있고, 기업은 사회공헌 이미지 상승과 대량판매 등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국내에도 출시된 막대 모양 과자 'Pocky(포키)'에도 구마몬이 적용됐다. 구마모토현 아소산에서 나온 우유로 만든 과자라고 홍보하는데, 아소산 우유와 지역 축산물을 알리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메이저 과자 회사인 가루비(Calbee), 글리코(Glico) 등도 구마몬을 사용했다. 로열티가 없다 보니 도쿄에 있는 과자 회사들이 경쟁사가 구마몬을 쓰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역시 구마몬을 적용한다. 제과회사들은 토마토 등 원재료를 구마모토현 생산물로 써서 소비자에게 안전하다고 홍보한다. 현재 구마모토현 밖에 있는 대기업 83개사가 구마몬 브랜드를 사용 중이다.

구마모토현에 있는 많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구마몬 브랜드 홍보 덕에 외부로 진출하고 있다. 구마모토현 주민이나 중소기업에는 구마몬 브랜드 사용에 제한이 없다. 인구 180만 명인 구마모토현에서만 4485개 회사가 구마몬 브랜드를 쓰고 있다. 구마모토현 안팎으로 구마몬 브랜드를 적용한 전체 상품 매출액이 지난해만 643억 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418억 엔으로 집계됐다. 경제적인 효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주민 '종합 행복지수' 극대화다. 나루오 과장이 말했다.

"종합적인 행복지수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 경제, 안전, 자긍심, 꿈이다. 구마몬은 이 네 가지 요소에 모두 공헌하고 있다. 구마몬이 유명해지면 지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고, 주민 자긍심도 커지고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구마모토 출신 젊은이들이 도쿄 등에 취직할 때 출신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예전에는 구마모토가 시골 이미지가 강해 규슈 출신이라고 답했지만, 지금은 구마모토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구마몬 브랜드에는 '3가지 S'가 중점이라고 생각한다. Surprise(서프라이즈), Story(지속적인 이야기), Share(공유)다. 일시적인 서프라이즈만이 아니라 구마몬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쌓아가야 한다. 또 'Share'는 생산자와 소비자, 지역사회 모두에게 좋은 것을 의미한다. 회사가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 사회에도 공헌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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