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창동 가게 임대료 너무 비싸요"

지난 21일 창동(창원시 마산합포구)을 걸어 보니 '임대'라고 표시된 점포가 많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이른바 최고상권으로 불리는 곳(불종거리~부림시장)에는 몇 집 건너 하나씩 보인다. 지난 2012년 창동예술촌이 문을 열면서 창동이 침체기를 벗어났다고 한다. 근데 왜 여전히 빈 점포가 많은 걸까.

유동인구는 과거보다 늘었다. 창원시는 2011년 전후로 연간 통행인구가 202만 명에서 올해 279만 명까지 늘었다고 집계했다. 오는 12월에는 오동동 문화광장이 들어설 예정이라 인근 상인들이 거는 기대감은 크다. 임대 관련 문의 전화도 늘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특히 20~30대 젊은 층이 임대료를 문의하는 건수가 많다. 창동이 합성동이나 댓거리(경남대)와 비교해 임대료가 싸고, 작은 평수의 건물이 많아 소자본 창업을 꿈꾸는 예비 창업주에게는 위험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건물에 붙여진 임대 알림글.

하지만 계약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다.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게 부르기 때문. 다른 곳보다 임대료가 싸 6개월 전 창동에 옷가게를 차린 ㄱ(35) 씨는 높은 임대료 탓에 장사를 포기하는 사람을 여럿 봤다. ㄱ 씨는 "최근 맞은편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들어서자 인근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높게 부르고 있다. 한 상가 세입자는 장사가 잘 안돼 건물주에게 월세를 깎아달라고 했으나 주인은 맞은편에 대형 커피숍이 생기면 장사가 더 잘 될 것 아니냐면서 되레 월세를 올려달라고 했다"며 자신의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릴까 봐 노심초사했다.

최근 장사를 접은 ㄴ(36) 씨는 "창동이 뜬다고 하자 임대료도 덩달아 뛰었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를 올려달라는 건물주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부근 실평수 8평가량 가게가 대략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150만~170만 원인데 월 200만 원을 부르는 건물주도 있다"고 말했다. 코아양과 옆 한 은행도 최근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게 부르자 자리를 옮겼다. 다른 공인중개사는 "예전에는 권리금이 없을 정도로 빈 점포가 많았다"면서 "현재는 불종거리~부림시장 쪽은 건물주와 세입자 간 임대료 합의가 되지 않아 비워둔 곳이 많으며 합의되더라도 1년 단위로 세입자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평수가 적고 임대료 부담이 적은 창동 뒷골목 쪽이 인기다"고 말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건물에 붙여진 임대 알림글.

창동예술촌 한 입주자는 "창업을 하기 위해 창동에 왔다가 높은 임대료 때문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장사를 못하는 환경이니 상권 활성화가 될 리가 없다"고 꼬집었다.

창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을 자연스러운 자본주의 수요공급으로 봐야 할지, 기대심리에 기댄 섣부른 욕심으로 봐야 할지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창동의 작은 활기를 꺾어 버리는 일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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