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은 찹쌀·보리·조·콩·기장을 섞어 만든 밥이지만 지방에 따라 넣는 곡물이 다르다. 오곡밥은 차진 것이 워낙 많이 들어있어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그러나 오곡밥을 짓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오곡밥은 차진 곡식들의 점질성 때문에 윗밥은 설고 아랫밥은 질 수 있으므로 밥을 하는 도중에 뚜껑을 열고 위아래를 주걱으로 섞어 주어야 하고 물의 양도 쌀밥보다 조금 적게 잡아야 밥이 제대로 된다. 또 팥은 삶고 콩은 불려서 쓰며 차조는 알이 작아 맨 나중에 밥 위에 놓는다.

오곡밥 짓기의 재료(6인분 기준)는 찹쌀 1컵, 멥쌀 2컵, 팥·콩·수수·차조 각각 반컵, 소금 1큰술, 팥 삶은 물과 합한 물 4컵을 준비해야 한다.

먼저 팥이 충분히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삶다가 끓어오르면 물을 버린 다음 다시 물 3컵을 부어 팥알이 터지지 않을 정도로 삶아 건진다. 팥물은 따로 받아둔다. 콩은 물에 불리고 수수는 여러번 비벼 씻어 붉은 물을 우려내고 차조는 씻어 건진다. 찹쌀과 멥쌀은 밥짓기 30분전에 물에 불렸다가 쓴다. 차조를 뺀 준비된 곡물을 솥에 안쳐 고루 섞은 다음 물과 소금을 넣어 밥을 짓는다. 밥이 끓어오르면 위에 차조를 얹고 중 불로 줄인다. 도중에 주걱으로 위아래 밥을 섞어주고 익으면 뜸을 들인 뒤 그릇에 담는다.

오곡밥과 함께 먹는 반찬으로는 묵은 나물이 있다. 요즘은 생 야채가 많아 특별히 마른 나물로 음식을 장만하는 경우가 드물고 마른 나물도 친정이나 시댁 어른들에게 얻거나 시장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루는데 서툴다.

늦가을 준비해 두었던 호박·가지·박오가리·곰취·갓잎·무청·버섯·순무 등을 말리거나 묵혀 둔 아홉 가지 나물로 해서 먹는다. 묵은 나물 조리법은 말린 나물 가운데 고사리·고비·고구마 줄기·도라지·시래기 등은 푹 삶아서 물에 담가 우려내고 호박·가지·버섯 등은 불려서 물기를 꼭 짠다. 나물에 갖은 양념을 해서 냄비에 담고,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볶다가 물을 조금 두르고 뚜껑을 덮어 폭 뜸을 들여 저분저분한 나물이 되도록 한다. 대보름날 묵은 나물들을 먹으면 일년 동안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겨울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는데 좋다.

대보름날 새벽에 날밤·호두·은행·잣·땅콩 등을 깨물면서 일년 열두달 동안 무사 태평하고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며 빈다. 이는 부럼을 깨무는 ‘딱’하는 소리에 잡귀가 물러간다는 풍습이다. 또 치아를 단단히 하는 방법이라고도 한다. 대보름날 아침에 웃어른께 데우지 않은 청주를 드시게 하여 귀가 밝아지길 바라며 또한 일년 내내 좋은 소리를 듣기를 기원한다.

이와 함께 약밥과 팥죽·복쌈·원소병이라는 절식이 있다. 〈열량세시기〉에 따르면 약밥은 신라 소지왕 10년, 정월보름날 궁을 떠난 왕이 까마귀 떼로부터 좋지 않은 일이 있다는 글을 전해 받고 환궁하여 역모자들을 미리 처치했다. 이 날 검은색을 띤 약밥을 지어 제도 지내고 까마귀에게 먹이로 주었다는 내용이 있다.

약밥은 좋은 찹쌀을 물에 충분히 불려 고두밥을 쪄서 대추살·황률 불린 것·꿀·참기름·진간장·흑설탕에 버무려 시루나 질밥통에 넣어 은근한 불에서 오래도록 찐 것이다. 다 쪄지면 위에 잣으로 고명을 얹는다.

정월 보름 전날 붉은팥으로 죽을 쑤어 먹는다. 붉은색이 악귀를 쫓는 색깔이기 때문에 팥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끼얹고 제사를 지낸다. 찹쌀·찰수수·팥을 각 2되씩, 차조와 대추가 1되씩, 콩 5홉을 섞어 밥을 지어먹는다. 시루에 찌거나 냄비에 안쳐서 뜸을 충분히 들여야 촉촉한 잡곡밥이 된다.

복쌈은 참취 나물·배춧잎·김 등으로 밥을 싸먹는 것. 복을 싸서 먹으며 풍년 들기를 바랐던 음식이다. 또한 대보름 또는 다른 명절이나 생일에도 꼭 상에 오르는데 이것을 먹으면 무병 장수한다 하여 복쌈이라고도 하였다. 김은 불에서 멀리 천천히 두 장을 겹쳐 구워야 그 향이 남아 맛있게 구워진다.

원소병은 한자로 보면 정월 보름날 저녁 작고 동그란 떡이라는 뜻이니 조선 중엽에는 상원날(정월보름날) 절식으로 기록되어 있다.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흰색·노랑·빨강·파란색으로 물들여서 오래 치대어 반죽하여 대추만 하게 떼어 대추·유자 절임 등을 다져 넣고 둥글게 빚어 녹말을 묻혀 끓는 물에 삶아 건져서 꿀물이나 오미자국에 띄워 낸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