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오동동 문화광장에 세워질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조형물 제막식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인근 상인들이 상권 침체 우려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형물이 세워질 위치는 인근이 유흥가다 보니 술 먹은 사람들이 조형물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고, 장사하는 처지에서 보면 일본군 위안부 조형물 건립 위치가 정서상 맞지 않아서 영업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런 이유로 건립을 반대하는 상인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이미 창원시가 마산합포구 오동동·동서동 주민 560명을 대상으로 조형물 건립장소 여론조사를 했고 59%가 오동동 문화광장을 찬성한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의 강력한 반대로 순항하는 듯 보였던 조형물 건립이 다시 난항에 부딪힌 셈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고 부끄러운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이미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위안부 관련 조형물은 10곳에 설치돼 있다. 최근 소녀상 건립도 3곳으로 늘어났다.

위안부 관련 시민사회단체가 2013년 9월 발족한 건립추진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조형물 건립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다. 애초 지난해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조형물을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부족한 성금, 건립 장소 문제 등으로 수차례 건립일을 늦춰야만 했다.

다행히 지난 2월 창원시로부터 오동동 문화광장을 조형물 건립 장소로 승인받으면서 사업은 탄력을 받아 진행돼왔다. 지난 4월에는 조형물 작가 선정을 마무리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서 8월 14일 제막식을 할 예정이었다.

이 일은 애초 시민단체가 제안하고 기획한 일이지만, 행정의 협력과 지역주민의 동의과정을 거친 역사적 사업인 만큼 상인들과 협력을 통해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을 가해자인 일본에 보여줘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한일 간의 외교 분쟁 사안일 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이기도 하다. 위안부 문제는 타이완과 베트남, 필리핀 등 세계 곳곳에 피해자가 산재해 있고, 현재 아프리카 지역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역사적 인식 하에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직접 나서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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