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소환 운동, 지역사회 공감 충분했나…결정 과정 성급하지 않았는지 자성해야

26만 7416명, 89만 1386명.

63만 8382표, 62만 9800표.

첫 문장에 나온 사람 수는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을 위한 최소 서명요건과 주민소환 투표함을 열 수 있는 최소 인원(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다. 이 숫자만 보면 "주민소환이 만만찮네"라는 정도로 여길 것이다.

하지만, 둘째 문장 숫자를 보면 한숨부터 나올 것이다. 이들 숫자는 각각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김경수·강병기 두 야권 도지사 후보가 받은 표의 합계와 광역의원 비례대표 선출에 야권 전체가 받은 표의 합산이다.

야권 도지사 후보들이 받은 표에다가 25만 3004명이 더 투표해야 겨우 투표함을 열 수 있다. 그런 만큼 홍 지사 주민소환은 학교 무상급식 중단에 분노하는 30·40대가 주축인 학부모, 야당 전체, 모든 시민사회단체가 온 힘을 다해 함께하고서 그 결과를 하늘에 맡겨야 할 만큼 어렵다. 그런데 지금 다 함께하고 있는가?

또한, 홍 지사 주민소환 핵심 이유는 사안만 보면 일방적인 학교 무상급식 지원 중단 결정이지만 근간에는 홍 지사의 독단적인 정책 결정과 소통 없는 일방적인 도정이 자리 잡고 있다. 이걸 심판하겠다고 주민소환을 추진하는 이들은 과연 내부에서 얼마나 민주적인 결정을 했으며, 또 지역사회의 '집단 지성'을 모으고자 얼마나 노력했을까?

지난 14일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와 전농, 민주노총 경남본부, 교육희망학부모회, 경남진보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돼 경남도선관위에 교부증 신청을 하고 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이를 두고 도내 한 대학 정치학 전공 교수는 "주민소환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다. 또한, 홍 지사 주민소환은 100만 명 이상 광역자치단체에서 단체장을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대단한 정치적 이벤트다. 그만큼 도민 관심이 있는가? 주민소환 주도세력만 앞을 향하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됐을까"라고 반문하며 "각 세력의 구체적인 자기 역할과 책임 배분도 필요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얼마나 있었느냐? 실패 시에는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현재 주민소환 주도 진영이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가? 뭣 때문에 이렇게 성급하게 결정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런 결정은 내부 논의 중이던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을 결국 주변화시켰다. 새정치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신임 도당 위원장이 주민소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한 정의당 경남도당, 주민소환 동참을 결정한 노동당 경남도당·경남녹색당 등 도내 진보정당(해산된 통합진보당 포함)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받은 표는 18만 4286표로 주민소환 성사를 위한 최소 인원의 20.7%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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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사회의 진정한 적'은 성찰 없는 자아라는 말이 있다.

주민소환 추진 진영이 정말 성사시키고 싶다면 현재까지 결정 과정이 과연 지역사회가 이해할 만했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옆에 있는 이들에게 더 겸손한 자세로 손을 빌리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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