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위안부 피해 할머니 조형물 제막식 보름여 앞두고 인근 상인 "상권 침체 우려"난색…시 "중재할 것"

오는 8월 14일로 예정된 창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조형물 제막식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조형물 건립장소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인근 상인들이 상권 침체 우려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군위안부 창원지역 추모비건립추진위원회(이하 건립추진위)는 당장 제막식 예정일을 보름여 앞둔 상황이라 난감한 입장이다.

2013년 9월 발족한 건립추진위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조형물 건립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했다. 애초 2014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맞춰 조형물을 건립할 예정이었지만 부족한 성금, 조형물 건립장소 문제 등으로 수차례 건립일을 늦춰야만 했다. 다행히 지난 2월 창원시 여성보육과로부터 오동동 문화광장을 조형물 건립장소로 승인받으면서 사업은 다시 탄력을 받았다. 이어 4월에는 조형물 작가 선정을 마무리해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순항하는 듯 보였던 조형물 건립은 일부 상인들이 "우리 상점 근처에는 세우면 안 된다"는 태도를 밝히면서 다시 난항에 부딪힌 것이다.

올해 초 창원시가 마산합포구 오동동·동서동 주민 560명을 대상으로 조형물 건립장소 여론조사(전화)를 했고 59%가 오동동 문화광장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지역이기주의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상인들은 그 이유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오동동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조형물 건립은 찬성하지만 이 인근이 유흥가다 보니 술 먹은 사람들에 의해 조형물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상인은 "인근에 술집이 많아 장사하는 처지에서 보면 일본군 위안부 조형물 건립 위치가 정서상 맞지 않는다. 영업 이익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탓에 건립추진위는 계획했던 제막식 일정을 모두 취소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이경희 건립추진위 공동대표는 "건립장소 문제는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로부터 조형물 건립장소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몇몇 상인들이 공사를 반대하면서 손을 놓고 있다. 오는 8월 14일 열릴 제막식을 위해 공연자 섭외 등을 다 해놓았는데 어떻게 될지 난감하다. 상인들이랑 협의 중이다. 문제가 잘 해결돼 예정일에 제막식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시도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여성보육과 관계자는 "시는 행정적인 보조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실상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시 차원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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