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야권연대·지역정책·인물 발굴'회생 열쇠

"홍준표 도지사 덕분에 경남 도민이 김두관 전 도지사 도정을 더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3월 말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이를 두고 도내 야권 지지자 한 명은 "제1야당 대표이자 경남(거제) 출신 정치인이 경남 도민 속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문 대표 발언은 이른바 '여의도 야권'이 경남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도내 야권은 홍 지사의 잇단 독단적 행정과 학교 무상급식 중단 사태 앞에서 성장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과연 잘 활용하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2012년 4월 총선, 김두관 전 도지사 중도 사퇴 = 2012년 7월 6일 김두관 전 도지사 사퇴 이후 그해 12월 홍준표 도지사 보궐선거 당선, 2014년 6월 홍 지사 재선 등으로 이어진 일련의 정치 일정에서 김 전 지사는 야권 지지자에게 참 미운 이로 자리 잡았다. 야권 성향 일부 도민은 진주의료원 강제 폐쇄, 학교 무상급식 중단을 두고 "왜 홍 지사만 탓하느냐. 초선 도지사가 대권 꿈꾸겠다고 중도 사퇴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만들고 홍 지사를 불러들여 경남이 엉망이 됐다. 김 전 지사도 공동 책임이 있지 않으냐"고 성토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영남권에서 처음으로 광역자치단체장을 배출했다는 경남 야권 지지자 자부심은 2012년 7월 6일을 기점으로 땅에 떨어졌다.

경남 야 4당 정당협의회가 지난 2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홍준표 경남도지사 주민소환 등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진보정당 '이전투구의 연속' = 김 전 지사 중도 사퇴일에서 시곗바늘을 두 달여 거슬러 돌려보면 2012년 4월 총선이 나온다. 권영길 전 국회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창원성산구에 출마한 두 진보정당 후보(통합진보당 손석형, 진보신당(현 노동당) 김창근 후보)는 진보가 분열하면 얼마나 이전투구를 할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줬다. 더구나 당선 직전까지 갔던 거제 김한주(진보신당) 후보는 당시 거제 대우조선노조를 장악하고 있던 통합진보당 세력의 조직적 지원을 받지 못해 겨우 1% 남짓한 표차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진보정당의 이런 모습은 몰락을 자초하고, 도내 제1 야당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넘겨주는 결과를 낳았다.

◇자성 없는 진보정당과 재편 움직임 =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도내 제1 야당으로 급성장했지만 진보정당은 말 그대로 참패했다. 진보정당 맏형 격인 통합진보당 세력은 몰락 수준이었다. 왜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최근 들어 진보정당 지지를 철회한 30대 후반 한 여성은 "주변의 옛 통합진보당 분을 보면 다 좋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당 이미지는 그렇지 않다. 통합진보당 창당 직후 비례대표 문제로 분당까지 하지 않느냐. 이때 통진당은 내부 민주주의조차 잘 지키지 않는 정당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석기 사태가 터졌다. 통진당은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았다. 참 낡은 사상에 빠진, 대중은 안중에 없고 자기 고집만 앞세운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정부가 정당 해산을 한 것은 분명히 민주주의 후퇴이지만 왜 국민이 그들 편을 들지 않았는지, 심지어 차라리 잘됐다는 말까지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여성은 "그런데 통진당 말고 경남에 무슨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있나. 그저 서클 수준의 정치모임 정도로밖에 안 보인다. 그러니 진보정당을 어떻게 찍겠냐"고 했다.

이 과정에서 옛 통합진보당 세력을 제외하고 진보정당 재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최근 나경채 노동당 대표가 사표를 던졌다. 원내 의석 한 석 없는 소수정당의 서울 출신 대표가 사표를 던진 게 경남과 무슨 상관이냐고 묻겠지만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나 대표의 사퇴는 노동당 분당을 예고한 것이거니와 이들 탈당 세력과 정의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가 새로운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여영국(노동당) 경남도의원, 노창섭(무소속) 창원시의원 등 비통진당 계열 진보성향 지방의원이 새 정당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9월께 윤곽이 나올 예정이다.

◇독단적 결정, 내부 문화부터 바꿔야 = 진보세력이 더 비민주적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온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경남운동본부와 경남진보연합,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은 16일 정당 내부 결정도 하기 전에 경남도선관위에 홍준표 도지사 주민소환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 교부신청서를 결국 제출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민소환 여부를 두고 단 한 차례 지역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질적이고 규모 있는 찬반 토론조차 없이, 야당과 시민사회 내부의 충분한 사전정지 작업도 부족한 상황에서 홍 지사 주민소환을 시작한다. 정치적 판단도 필요한데 너무 성급하다. 실패 시 주민소환 주도세력은 무거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하는데, 과연 어떻게 책임질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야권, 희망의 씨앗은 있다 = 최근 학교 무상급식 중단을 계기로 도내 야 4당(새정치·노동당·정의당·경남녹색당)은 앞으로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혀 야권 연대 실마리를 만들었다. 또한 주민참여 예산 교실을 함께 열어 도정 견제 수준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새정치 경남도당의 생활정치 행보도 그 나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자체 정책연구소도 만들어 지역 정책을 발굴·실현하겠다고 한다. 이전에 없던 새정치의 새로운 행보다.

올 9월 이후 새롭게 등장할 진보정당이 참신한 인물을 몇몇 선거구에 내세운다면 진보정당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든 '학교 무상급식 원상회복', '홍 지사 주민소환'이라는 파고를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나가느냐가 야당의 내년 4월 총선성적표와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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