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로 붕괴 위험…"재건축 비용 마련 시민 관심 바라"

결핵 환자를 품에 안고 고통을 나누기 위해 세워진 교회, 벧엘교회가 5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16일 오전 국립마산병원(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동) 안에서 교회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교회는 병원이 처음 세워진 지난 1946년 6월 1일 뒷날(2일)부터 예배가 시작됐다. 병원에서 분리돼 면적 132.23㎡(40평), 1층 건물이 세워진 때는 지난 1964년. 결핵 환자들이 약 2~3년 동안 손수 교회를 지었고 병을 낫게 해달라는 기도와 염원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교회가 철거되는 이유는 노후화로 붕괴 위험이 있기 때문.

벧엘교회는 건축적인 의미보다 역사적인 의미가 더 크다.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전문병원으로 출발한 국립마산병원과 역사를 같이했다. 환자들이 직접 건물을 지었고 결핵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그곳에서 위로를 받았다. 반야월 선생의 '산장의 여인'과 시대적·장소적인 배경과도 맥이 닿아 있다.

지난 2002년부터 벧엘교회 목사를 맡고 있는 김영삼 씨는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한 그들은 살고 싶다는 희망 하나로 하루하루 살아갔다"며 상징적인 의미를 더했다.

병원과 교회 측도 벧엘교회가 가지는 문화의 가치를 인정해 머릿돌 3개, 현판 등을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김 목사는 "교회를 인근에 다시 지을 예정인데 아직 건축비 마련이 안 됐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고 벧엘교회가 환자들에게 희망적인 의미로 남았으면 한다"고 바랐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국립마산병원 안에 있던 벧엘교회가 16일 철거를 시작했다. 벧엘교회는 결핵 환자들만 이용할 수 있었던 곳으로 지난 1964년 세워졌다. /최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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