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사업회, 창원 출신 한국 대표작가 업적 재조명…오는 26일부터 올해 말까지 다양한 기념 행사 개최

오는 26일은 창원 출신 김종영 조각가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김종영 조각가는 1915년 창원군 창원면 소답리에서 태어나 창원공립보통학교(현 창원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과 일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서울대에서 조각 전공 교수를 지냈습니다. 1982년 67세로 타계하기 전까지 교육자, 조각가로 활동했습니다. 그는 서양의 모더니즘과 동양의 무위자연적 인식이 접목된 추상조각 분야를 개척해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조각 200여 점, 드로잉 3000여 점, 서예 800여 점 등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특히 조각에서는 자연적인 질감이 잘 드러나는 나무, 돌, 금속을 소재로, 조각하는 물체의 원래 성질을 최대한 살리려고 깎는 작업을 가능한 한 절제한 '깎되 깎지 않은 상태'인 '불각(不刻)의 미'를 추구했습니다. 이러한 예술 세계를 펼쳤던 김종영 조각가를 대대적으로 조명하는 사업이 '빛과 맥'이라는 이름으로 탄생일을 기점으로 12월까지 펼쳐질 예정입니다.

◇김종영 조명 사업, 왜? = 창원예총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김종영 조각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6월 김종영탄생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기념사업회) 발기인 대회가 개최됐고, 기존 단체와 함께 활동하고자 서울 우성김종영기념회와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기념사업회에는 창원시 관계자, 옛 마산지역을 포함한 창원지역 미술계뿐만 아니라 서울 김종영미술관 관장 등 50여 명이 추진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창원이 낳은 한국 현대 추상 조각의 선구자 김종영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선생의 예술적 업적과 한국 근대 예술계에 끼친 영향을 총체적으로 재조명하고자'라고 사업 개요를 밝혔다.

서울에서는 김종영 작가의 작품 세계와 예술혼을 기리고자 제자와 유족들이 1989년 우성김종영기념사업회를 발족해 김종영미술관을 2002년 건립하고 전시, 학술대회를 열어왔지만, 작가의 작품 세계 기반이 됐던 고향에서는 두드러지는 기념사업 활동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 때문에 지역에 기반을 둔 사업을 내세워보겠다는 게 기념사업회 측의 의도다.

김종영의 대표작 '자각상'

◇창원 생가와 김종영 = 김종영은 생전에 주로 서울에서 활동했지만, 그의 물적·정신적 토대가 됐던 창원 고향집도 여전히 그를 기억하며 남아 있다. 김종영 생가는 근대 한옥양식을 간직하고 있어서 근대문화유산 200호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생가는 애초 김종영의 증조부인 김영규가 대한제국의 중추원 의관, 함안군수, 창원부윤 서리 등으로 봉직하다 관직에서 물러나고서 1926년에 지었다. 이후 1940년에 다시 지어졌다. 기념사업회는 이곳에서 김종영 사업의 첫 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김종영 탄생일인 오는 26일 오후 5시 창원 소답동 생가 앞에서 '김종영 빛 거리 청사초롱 불 밝히기' 점등을 하고 100주년 기념사업 선포식과 조형물 제막식을 할 계획이다. 선생의 조각 작품인 27㎝ 높이의 '78-28'을 2m 높이로 확대 제작하고, 사람이 걸터앉기 적당한 크기의 좌대를 만들 계획이다. 이 행사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지역사회에 확산될 경우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김종영 조각가의 맥을 잇기 위한 전시회도 기획됐다. '빛과 맥-창원 작가전'이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9월 2일부터 6일까지 개최된다. 박석원, 김영원, 권순철 등 창원(옛 마산·진해 포함) 출신 원로작가 작품 등으로 지역 미술사를 정리할 계획이다.

'불각(不刻)의 미(美) 김종영을 품다'라는 슬로건으로 '김종영 예술세계 아카이브 순회전'도 6월부터 10월까지 김종영 생가, 남산공원, 용지문화공원, 창원역 등에서 5회에 걸쳐 진행된다.

더불어 7월 12일은 김종영 생가를 비롯해 특별기획전이 열리는 서울 김종영미술관, 3·1독립선언기념탑 등을 돌아보는 '시민과 함께 떠나는 김종영 미술여행'도 마련됐다.

김종영 작가를 통해 '문화예술 자산의 가치와 전략화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학술세미나도 9월 17일 오후 2시 경남도립미술관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9월 10일부터 12월 9일까지 석 달간 경남도립미술관 전관에서 김종영 작가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준비했다.

서울에서는 우성김종영기념사업회를 중심으로 김종영미술관에서 '김종영의 삶과 예술', '김종영과 그의 빛'이라는 전시가 8월 28일까지,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김종영의 조각, 무한의 가능성'이라는 전시가 7월 26일까지 있다.

김종영탄생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측은 "창원 김종영 생가는 작가의 혼이 묻어 있는 곳이다. '불각의 미'라는 예술 철학은 현재, 미래에도 계속 영향을 미친다. 선생이 창원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빛'이라 보고, 그것을 이어가는 지역작가의 활동을 '맥'으로 보고 이번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프로필

△1915 창원군 창원면 소답리에서 출생

△1929 창원공립보통학교(현 창원초등학교) 13회 졸업

△1930 휘문고등보통학교 입학

△1932 전국학생서예실기대회에서 안진경체로 1등 수상

△1936 휘문고등보통학교 졸업

△1941∼1943 동경미술학원 연구과 재학

△194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교수로 부임

△1953 영국 국제조각대회 '무명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입상

△1960 서울시 문화상 수상

△1972 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역임

△1974 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1978 예술원상 수상

△1982 12월 15일 타계

◇대표 작품

'새'(1953), '전설'(1958), '전몰학도충혼탑'(1958), '3·1 독립선언기념탑'(1963), '자각상'(1963), '가족'(196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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