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맡길 곳 없는데다 외출 꺼려져" 휴가 내고 직접 돌보기도

메르스 확산 여파로 경남에도 휴업하는 학교가 늘면서 맞벌이 학부모의 고민도 커졌다.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없는 맞벌이 학부모는 한 명이라도 휴가를 내야 하는 처지여서 휴업이 장기화할까 우려하고 있다.

14일 경남교육청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창원지역에 지난 12일 유치원·초·중·고 등 모두 53곳이 휴업했고, 이 가운데 유치원 3곳·초등학교 4곳·중학교 3곳 등 10곳은 15일까지 휴업을 연장했다.

유치원·학교뿐만 아니라 학원·어린이집도 자체적으로 휴원하면서 맞벌이 학부모는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지난 11·12일 이틀간 학원 밀집지역인 상남동을 중심으로 400여 개 학원이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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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토월중학교 휴업 안내문./김구연 기자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에 사는 회사원 ㄱ(39) 씨는 "갑작스레 지난 12일 어린이집이 쉬는 바람에 난감했다. 다행히 내가 쉬는 날이어서 아내는 출근하고 온종일 아이를 돌봤다"면서 "어린이집이 계속 휴원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휴가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ㄱ 씨는 메르스 확진 환자 가족이 사는 동네인 데다 아내가 임신 중이어서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ㄱ 씨는 "아파트 단지 내 사람들이 자주 가는 길목은 가지 말라는 이야기가 떠돌고 가까운 대형마트나 백화점도 가기 겁나서 주말에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 요즘 동네 놀이터에 아이들이 한 명도 없다"면서 "아내가 임신 중이라 더 신경 쓰인다. 아내 직장이 SK병원 근처라 출근길에 긴급 의료기관 지원센터만 봐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더라"고 했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맞벌이 주부 ㄴ(38) 씨는 "5·4살 연년생을 친정어머니에게 맡겼다. 어린이집에서 정 맡길 데가 없는 아이들은 돌보겠다고 연락하라고 하더라. 어린이집 마치고 발레·한글수업 등을 받았는데 이번 달에는 다들 피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웅남초에 다니는 초등학생과 인근 유치원생을 둔 30대 맞벌이 부부인 ㄷ 씨는 "지난 12일 갑자기 휴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남편이 급하게 월차를 냈다. 웅남초는 15일에도 휴업한다고 해서 남편과 누가 휴가를 낼지 고민 중이다. 휴업이 길어지면 심각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를 다른 데 맡기지 않더라도 관리가 안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40대 한 학부모는 "애가 중학생이라 혼자 집에 있을 수는 있는데, 부모가 출근하고 나면 집에 가만히 있겠나? 친구들과 PC방이나 노래방 같은 데 가서 놀다 오는 것보다 학교가 더 안전한 것 같다"고 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 건강을 우려해 휴업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있고, 반면 학습 지장과 맡길 곳 없는 부모들의 휴업 반대 의견이 부딪친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함께 정부 방침도 휴업 자제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바뀐 만큼 도내에도 휴업을 최소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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