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도의회 의장단이 제안한 무상급식 두 번째 중재안은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소득별 선별급식이라는 애초 입장에는 변함없이 도와 교육청의 예산 분담비율을 50 대 50으로 반반씩 물도록 함으로써 수혜 폭을 넓히는 한편 교육청의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도교육청이 선선히 수용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교육청은 처음부터 선별급식이 교육적 본령과는 어긋난다는 판단 아래 도의회 중재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완화됐다고는 하지만 선별급식을 바탕에 깐 도의회의 거듭된 중재안 역시 그 원칙 선을 만족하게 하기는 역부족이다. 만약 이번 중재안까지 성사되지 못한다면 도의회의 권위는 실추될 것이다. 후유증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경남도가 무상급식과 관련한 감사 소임을 도의회로 넘기라는 요구에 불응하면 도 단위 3개 핵심기관 간의 갈등과 반목이 최고도로 증폭될 염려가 있다. 도랑 치고 가재 잡으려다 도랑도 못 치고 가재까지 놓치는 불상사가 뒤따른다면 문제의식만 키울 뿐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도의회가 마지막이라는 으름장도 불사하며 도교육청을 압박한 주된 배경 논리는 전면 무상급식이 도교육감의 소신이자 철학에서 비롯된 것처럼 몰아붙인 점이다. 전면 무상급식을 이어가려는 최후 보루로서 교육감의 소신이나 철학이 일정부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나 마치 교육감 한 사람의 뜻이 그 모두의 원인인 양 책임을 전가하는 논조에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분쟁의 시발처는 경남도다. 갑작스런 예산지원 중단 방침으로 학교 무상급식이 현재 유상으로 전환된 실정이며 전국 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경남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것은 천하가 다 안다. 도교육청과 교육감이 그러한 불평등과 불이익을 모른 채 넘긴다면 그게 직무태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박종훈 교육감이 이번 중재안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다시 한 번 관심사로 떠올랐다. 교착 국면을 탈출하려면 뭔가 전기가 필요하겠지만 선별급식에 굴복하는 것은 노선 후퇴는 차치하더라도 전국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며 투쟁에 나선 지역 학부모와도 척을 짓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섣부르게 정치적 절충점을 찾으려 하다가는 국면이 더 꼬일지도 모른다. 소신을 지킬지 한발 물러날지는 오로지 자신의 의지 여하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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